약속 어긴 탈레반, 공포정치 시작..."이슬람 율법따라 다스릴 것"(종합)

부르카 착용안했다고 총살, 여성·아이들에 채찍질
아프간 현지인의 카불 공항 출입도 금지...안전 위협
바이든은 쏟아지는 비판 정면돌파..."불가피한 일이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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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김수환 기자] 여성인권 존중 등 정상국가화를 약속했던 탈레반이 이를 곧바로 어기고 공포정치를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르카 착용 없이 외출했던 여성이 사살되고 여성과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등 아프간 전쟁 전 무단통치가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에 약조했던 카불공항으로의 안전한 출국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미국인들과 함께 미군에 협조해온 아프간 현지인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탈레반의 고위지도자 중 한 명인 와히둘라 하사미는 이날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새 정부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다스려질 것"이라며 "여성들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 것인지, 학교와 직장에 다닐지 여부 등도 모두 율법학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탈레반 측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여성의 권리 존중과 취업·교육도 허용한다"는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부르카 착용 안했다고 총살...무단통치 재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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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현지에서는 이미 탈레반이 본색을 드러내며 공포정치가 다시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주요 도시인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탈레반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최소 3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치 않고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 대원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도 탈레반 군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카불 시민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총격을 가하는 등 무차별 폭행해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과 어린이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현지인들의 카불공항 출입 금지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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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미 정부와 약조했다는 안전한 출국 보장조치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CNN에 따르면 전날 탈레반 군인들이 공항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한 뒤 외국인들은 공항 출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아프간 현지인들은 통과시키지 않고 돌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군 4500명이 카불 공항에 집결해 공항은 미국이 통제 중이지만, 공항 밖은 탈레반이 관할 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아프간에 아직 잔류한 미국인과 아프간 현지 미군 조력자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전날 밝힌 아프간 잔류 미국인은 약 1만1000여명이며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는 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혼란없는 철군 애초 불가능"...비판에도 철군결정 옹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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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한 초당적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결정을 계속 옹호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ABC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 혼란 없이 미군이 철군하는 방법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고,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항변하며 "우리 군은 빨리 움직여서 이 상황을 통제해야 했고, 그래서 지금 공항을 장악하고 상황을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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