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차세대 태양전지 양산 기술이 민간 업체에 이전돼 2026년께 3조원대로 추정되는 해당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개의 물질을 하나로 조합해 기성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조 기술을 기업체에 기술이전했다고 17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판 위에 용액을 코팅해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 이상의 물질을 용매에 녹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러 물질을 직접 섞고 녹이는 과정이 번거롭고 계량에 오차도 생길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만들어진 용액에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남중 화학연 박사 연구팀은 여러 과정을 단축시켜 간편하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전 단계의 물질, 즉 전구물질을 개발했다. 이 전구물질은 사용하기 간편할 뿐만 아니라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성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에 비용매를 첨가하면 고체 상태의 복합체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체 상태의 복합체가 형성되면 복합체 외에 용매에 포함되어 있는 불순물을 필터로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정제 과정을 거친 페로브스카이트 전구물질은 순도가 높아 태양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2014년 특허 출원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트리얼즈(Nature Materials, IF=43.841)에 게재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전구물질을 활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지만, 연구팀이 특허를 낸 전구물질을 활용하면 전지를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고 성능도 높일 수 있다. 음식용으로 판매하는 '기성품 소스'가 있으면 누구나 간편하게 맛을 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2019년까지 일본, 미국, 중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고, 지난 7월 국내 반도체 전구물질 생산 기업 ㈜엘케이켐에 기술을 이전했다.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한 후 상용화에 들어간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시장은 2026년까지 3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 대량생산된 전구물질이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중국에서 독점적으로 상용화·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박사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우리나라 전구물질 제품이 이 분야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일본 소재·부품· 장비 수입 제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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