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막대한 자본력과 콘텐츠를 구축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그간 넷플릭스가 독주해 온 국내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국내 진출 파트너로는 LG유플러스 가 사실상 확실시되는 가운데 KT 역시 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디즈니+를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따르면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에서 11월 중순 디즈니+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디즈니+의 한국 서비스 개시 시점을 월로 특정해 공식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파트너는 LG유플러스 다. 2016년 넷플릭스 진출 당시 가장 먼저 협력을 제시했던 LG유플러스 는 수익 배분 방식과 비율 등 불리한 계약조건에도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최근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OTT 고객 이탈로 쓴 맛을 본 후 늦게서야 넷플릭스와 협상을 맺었던 KT 도 이번엔 디즈니+ 잡기에 적극적이다. "디즈니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통신사들의 경우 디즈니+와 제휴 시 IPTV 등 홈미디어 사업에서 강력한 고객 록인(Lock-In) 효과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통신업계 1위이자 OTT 웨이브의 주주인 SK텔레콤은 협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토종 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디즈니+는 어벤져스 등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등 유아부터 실버세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들을 갖추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지난 6월 831만명으로 국내 대표 OTT인 웨이브(313만명)·티빙(264만명)·왓챠(138만명)를 합친 것보다 100만명 이상 많다. 일명 ‘4인 팟(파티)’으로 불리는 한 계정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시스템까지 감안하면 실 이용자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과 규모에서 넷플릭스에 밀려온 토종 OTT들로선 디즈니+ 상륙을 앞두고 생존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디즈니+는 올 들어 국내 OTT와 서비스 제휴를 중단한 데 이어, IPTV 3사에도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공급을 종료한 상태다. 로컬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IP)도 확보 중이다. 유명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를 자회사로 둔 NEW와 5년간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배우 서강준·김아중 주연의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드’와 유명 웹툰 원작 ‘무빙’도 제작 중이다. 이들 오리지널 콘텐츠는 11월 한국 서비스 개시와 함께 선보여질 전망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업계 서열이 뒤바뀔 수 있다"며 "5년 간 착실하게 한국 콘텐츠를 쌓아온 넷플릭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한국 OTT 시장은 성장중"이라며 "토종 OTT들도 성장 수혜를 함께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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