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생후 2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잠적했던 친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친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구형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2일 영아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친부 김모(44)씨와 친모 조모(42)씨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와 조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유기치사는 통상 징역 3~5년을 구형하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상 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어 살인죄 양형기준을 따라 징역 15년 이상에 해당한다"며 "기존 구형 이후 아동학대 범죄 인식에 변화가 있었고 유사사건인 '정인이 사건'에서도 사형이 구형된 점, 본건이 국민 공분을 일으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씨가 가족을 수시로 학대하는 등 반인륜적 행위를 반복했고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김씨가 피해자의 사체를 7년간 유기했고, 피해자의 사체 행방을 알고 있음에도 함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조씨에 대해서는 생후 2개월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중대하나 범행을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김씨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지만 대항할 수 없어 공동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후 변론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의문인 만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이날 재판 내내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조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조씨가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2010년 10월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던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2016년부터 남편과 따로 살게 된 조씨가 2017년 경찰에 자수하며 사건이 알려졌다.
조씨는 아기가 사망한 뒤 시신을 포장지로 싸맨 뒤 흙과 함께 나무상자에 담고 밀봉해 집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또 조씨는 이후 김씨가 아기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했는데, 아기의 시신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2019년 1월 김씨와 조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김씨에겐 징역 5년을, 조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씨가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선고기일이 3차례나 연기됐고, 김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김씨는 1년6개월여가 흐른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노상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지명수배자인 사실을 밝혔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9월2일 오후 2시10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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