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최근 무를 씻던 대야에 발을 담그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의 식당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파장이 일어난 가운데, 식품 위생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이른바 '중국산 알몸 절임 배추' 파문으로 중국산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한 데 이어 국내 식당에서도 위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시민들은 사이에선 식당을 이용하기 두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줄어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라는 토로가 나왔다. 전문가는 식당이 기본적인 위생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비위생적인 무 세척 장면으로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은 음식점을 28일 적발했다. 이 업소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의 족발집으로, 식약처는 영상 속에 등장하는 차량 등록 정보와 건물, 주변 환경 등을 분석해 업소를 특정했다.
'국내 모 식당 무 손질'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된 논란의 영상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영상 속에는 한 남성이 건물 뒤편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빨간 고무대야에 무를 넣고 씻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무를 씻는 내내 자신의 발도 대야에 함께 담그고 있었으며, 수세미로 자신의 발을 문지르다 다시 무를 닦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를 본 시민들은 "한국이 맞느냐", "저렇게 씻은 무가 정말 식당에서 쓰는 재료라니" 등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처가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 업소의 위생 상태는 더 참혹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소스를 조리에 사용하는가 하면, 재료를 다듬는 칼·도마 등이 청결하게 관리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위생 관리가 미흡했다.
또 조리·판매가 목적인 냉동만두, 냉동족발 등 냉동제품은 보관기준(영하 18도 이하)을 준수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 업소에 대해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식당에 가기 무섭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먹을 무 담근 대야에 발을 씻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기본적인 위생도 못 지키는 사람들 식당 운영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앞으로 뭘 믿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겠나" 등 불안감을 나타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토로하긴 마찬가지였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우리 집은 매일매일 홀 쓸고 닦고, 냉장고 청소하고, 도구 소독하고 위생 철저하게 지키려고 항상 신경 쓰는 업소"라며 "코로나 시국이라 매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식당 하나 때문에 그나마 오려는 손님마저 떠나가겠다"고 말했다. 식당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다른 식당까지 장사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월 '중국산 알몸 절임 배추' 보도 이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크게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김치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1.8% 감소한 1만7900t으로 올해 4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월별 김치 수입 추이를 보면 3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24.1%가 늘었으나, △4월 -7.2% △5월 -13.2% △6월 -21.8%였다.
전문가는 기본적인 위생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당 운영의 기본은 위생이다. 자기 식구들이 먹는 것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라며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소비자도 피해를 보지만, 결과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당사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위생을 잘 지켜온 식당에도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생을 감독할 식약처, 지자체 등이 먹거리 안전 점검 지침과 예방 조치와 관련해 보완할 점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감독 기관이 많은 식당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라며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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