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전국이 이른바 ‘불장’을 이루던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등 인기지역은 여전히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이 잇따르고 있지만 최근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자가 ‘0’인 단지도 속출하고 있어서다. 집값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지역간 청약 양극화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7대 1을 기록했다. 분양 물량은 1069가구로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13만3327건에 달하는 청약통장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평균 경쟁률 97.1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치인 것은 물론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 평균 가점도 60.9점까지 상승했다. 말 그대로 ‘불장’이다.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작년 한 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로 나타났다. 총 390가구(일반공급 기준)에 7만1464건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183.2대 1에 달했다. 서울 역시 공급 가뭄 탓에 124대1의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경기도는 30.5대 1로 높은 경쟁률을 이어갔다.
반면 전남 지역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1.2대 1에 그쳤다. 강원(4.1대 1), 경북(4.3대 1), 대구(6대 1), 충북(8.6대 1), 경남(9대 1) 역시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단지별로도 인기-비인기 지역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상반기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9곳 모두 서울과 경기, 세종 등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곳은 5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동탄역 디에트르’였다. 평균 경쟁률은 809.1대 1에 달했다.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자이더시티’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하늘채베르’ 역시 각각 617.6대 1, 367.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단지가 속출했다. 상반기 전국에서 미분양된 단지는 32곳에 달했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리치먼드힐철원’(0.01대 1), 충북 음성군 감곡면 ‘감곡포그니’(0.02대 1),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동서산영무예다음’(0.02대 1)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 과열을 빚었던 대구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수성구 수성동에서 분양한 ‘더샵 수성오클레어’와 대우건설이 분양한 ‘용계역 푸르지오 아츠베르’가 잇따라 1순위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지역간 공급 불균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부동산114 렙스(REPS)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은 총 6만9523가구(특별공급 및 임대 제외)로 표면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8.3% 늘었다. 하지만 권역별로 확인해 보면, 수도권(2만6259가구)과 5대 광역시(1만2230가구)는 공급량이 각각 12.5%, 17.3%가 감소한 반면, 기타 지방은 무려 122.4% 증가한 3만1034가구가 공급됐다. 실질적으로 공급이 필요한 수도권과 대도시 물량은 줄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에 물량이 집중된 것이다. ‘통계의 착시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달 집값불안이 이어진 원인으로 "정부의 공급대책이 수요층의 대다수가 원하는 (서울 도심 등의)입지를 충족하지 못한 미스매칭도 그 원인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신도시 공급 방향 전환이 너무 늦어 하반기에도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집값은 상승하겠지만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통계의 왜곡을 가져오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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