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재건축 추진단지 소유주의 ‘실거주 2년’ 규제 철회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마포구 성산시영 등 주요 단지의 전·월세 매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권을 위해 더 이상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어진 집주인들이 서둘러 실거주 계획을 철회하고 전·월세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147건으로 지난 12일 74건 대비 99% 증가했다. 일주일 사이 전세 매물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월세 매물 역시 같은 기간 80건에서 107건으로 34% 증가했다.
은마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단기간 급증한 원인으로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 철회가 지목된다. 이 단지는 준공 43년 차임에도 여전히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지난해 6·17 대책에 따라 새 아파트 입주권을 원하는 집주인은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워야 하는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국토교통위원회가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 개정안에서 해당 규제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실거주 이력 없이 입주권을 가질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이 대거 전·월세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이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실입주를 택한 집주인이 다시 전·월세 전환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수천만원씩 들여 집수리까지 마친 이들은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물이 급격히 늘다 보니 최초 가격보다 호가를 1억원이나 내린 집주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성산시영 역시 최근 전·월세 매물이 급격히 늘었다. 이 단지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조합설립 전이라 2년 실거주 규제 적용이 유력했다. 그러나 규제 철회 이후 전세 매물은 20건에서 36건으로 80%, 월세 매물은 12건에서 27건으로 125% 증가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경남·우성3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현대1차의 전세 매물 역시 23건에서 29건으로 26% 늘었다. 이외에도 노원구 상계주공, 도봉구 창동주공,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부 단지에서 전세 매물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서울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규제 철회에 따른 매물 증가로 전세시장에 소폭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규모 재건축 이주, 신규 입주물량 감소 등 각종 악재가 여전해 이것이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주 의무 철회로 전세시장 교란 요인이 줄어들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전세의 월세화, 입주물량 감소 등이 전세난을 유발하고 있어 전셋값이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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