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조성진(49·가명)씨는 얼마전 아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자전거와 충돌해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한 사고를 당했다. 골절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대방과 1200만원을 합의하고 보험사에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는 약관상 면책사유가 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조씨는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배상책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보험 약관에는 '차량 사용에 기인하는 배상책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쓰여있었다.
무심코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접수한 자동차 대(對)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7년의 8배인 144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피해금액도 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급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때 "이륜차나 원동기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회사에 즉시 알려야 하며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보험에 가입했던 조씨와 같은 경우에는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날 경우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헬멧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다 사망한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지난 2015년 전북 전주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다 넘어쳐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대여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에게 킥보드 이용법 교육이나 헬멧 등의 안전 장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유족들은 대여 업체에 보험금 1억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업체에 총 8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안전교육의무 불이행 등 대여업체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반전됐다.
법원은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대여자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봤다. 해당 대여 업체는 점포에 '운행시 필수사항'이라는 게시문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 장비 착용 의무를 알렸고, 점포에서 안전모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대여 업체가 이용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봤다.
법원은 "A씨가 자의적으로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점, 전동킥보드에 어떠한 기계적 결함도 없었다는 점, 평지에서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데도 쓰러져 뇌출혈이 발생했던 점"을 지적하며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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