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세상에 서럽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지난 달 26일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A씨 사망사고에 대해 깊이 애도했다. 이어 A씨 사망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인간적 모멸감을 받았을 생각에,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며 강한 울분을 토로했다.
이 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럽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 사망 사건과 관련)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보면서)삐뚤삐뚤 쓰신 (A씨의)답안지 사진을 보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고 분개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이 기사 내용을 보면서)남 일 같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하며, 당장의 생계 걱정하며 크고 작은 부당함과 모멸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악독한 특정 관리자 한 명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뿌리 깊은 노동의 이중구조,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일터, 그래도 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40년 전 (제가)공장을 다닐 때도 몇 대 맞았으면 맞았지 이렇게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다"며 "저성장이 계속되고 기회가 희소해진 사회의 서러운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나아가 "선거 기간이고, 정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며 "모두가 부자가 되고 영화를 누릴 수는 없지만 우리 누구도 견디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적은 없다. 누구도 서럽지 않은 세상, 억강부약의 대동세상 꼭 이루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진상이 규명되고 분명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고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보게 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A 씨는 지난달 26일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A 씨가 군대식 업무지시, 힘든 노동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인은 총 196명이 거주하는 엘리베이터 없는 서울대 학부생 기숙사에서 매일 대형 100ℓ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나르는 것으로 시작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쓰레기 등을 처리하며 손이 저릴 정도로 힘든 노동 강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새로 안전관리팀장이 부임한 뒤 더 힘들어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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