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에 전세계 충격...배후는 오리무중(종합)

"암살범 영어랑 스페인어 사용"...외국인 용병 추정
대통령 권한대행 놓고 논란지속...무정부상태 장기화 우려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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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사진)이 사저에서 괴한들에게 암살당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모이즈 대통령을 암살한 범인들은 외국 용병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전히 배후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각종 외교적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이날 새벽 1시께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로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조제프 임시총리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거쳐 아이티 전역에 계엄령을 선언하고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도 폐쇄돼 아이티를 오가는 항공편도 모두 취소됐다.

국제사회에서도 충격과 애도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혐오스러운 행위 앞에 모든 아이티 국민이 단결하고 폭력을 배척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아이티 상황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모이즈 대통령에 대한 끔찍한 암살과 영부인에 대한 공격 소식에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다"며 "극악무도한 행위를 규탄하며, 영부인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직 암살 배후를 특정할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날 조제프 임시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대통령을 암살한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고도로 훈련되고 중무장한 이들로 이들은 아이티 공용어인 프랑스와 크레올어 대신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다"며 이들이 외국인 용병같다고 시사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일부 외신들을 통해 암살범들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행세를 했다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미국과의 외교적 논란도 불거졌다.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는 "이날 사건 당시 찍힌 영상에서 누군가가 미국 억양의 영어로 DEA 요원 행세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 직후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모이즈 암살범이 DEA 요원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 엑상튀 아이티 소통부 차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고 밝혔다. 그는 상세한 사항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정정불안이 심화된 상태였던 아이티는 오는 9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혼돈에 빠지면서 무정부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9월 대선과 총선,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정치적 혼란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아이티는 원래 헌법상 대통령 유고 시 대법원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지만, 르네 실베스터 대법원장이 지난달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공석인 상태다. 현재 오는 9월 대선 전까지 권한대행을 맡겠다며 임시내각을 구성한다고 나선 조제프 임시총리도 앞서 8일자로 총리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아이티 정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윌너 모린 아이티판사협회(NAHJ)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없는 상태에선 조제프 임시총리가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며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하려면 의회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의회 기능도 완전히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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