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서울에서 못 모이면 지방 내려가면 되죠.", "부산 클럽으로 원정 갑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방역 지침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지방 도시로 '원정 유흥'을 나서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수도권에서 몰려오는 유동 인구 때문에 지방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울산 등 비수도권 도시의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찾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부산 클럽 중 핫한 곳을 찾고 있다", "해운대 근처에 분위기 좋은 술집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 등 글을 게재하며 유명 지역 유흥업소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수도권 시민들이 비수도권 유흥업소를 찾는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방역 방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지난 1일부터 개편된 새로운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 사적 모임 및 다중이용시설에 인원 제한이 없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현재 새 거리두기 적용 결정이 오는 8일까지 유예됐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실내·외 마스크 의무 착용, 공원 강변 등 오후 10시 이후 음주 금지 등 제한이 추가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수도권 시민들은 일부러 비수도권 지역에서 모여 유흥을 즐긴 뒤 복귀하는 이른바 '원정 유흥'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인구 이동으로 인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에도 집단감염이 확산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수도권은 이미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도권의 최근 1주일간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546명으로, 새 거리두기 기준으로도 이미 3단계(500명 이상) 격상 범위 안에 들어왔다.
게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진 '델타 변이' 또한 이미 수도권에서 확산한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국내 중 변이 가운데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4월 7.3%에서 지난달 18.2%까지 급증했다. 현재까지 약 300명의 확진자가 나온 '홍대 원어민 강사 모임 집단감염'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확진자가 비수도권 도시 주점 등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부산 한 감성주점에 서울 확진자들이 다녀가면서 집단감염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부주의한 수도권 시민들이 지역 방역망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에 거주한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왜 서울 사람들이 여기까지 내려와서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며 "이대로 가다가 부산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격상하기라도 하면 책임질 건가"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1) 씨는 "안 그래도 곧 휴가철이라 주민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와중에, 서울 사람들이 지방으로 내려와서 거리두기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까지 감염이 확산하는 일을 방지하려면, 전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수도권과 다른 지역 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격차가 생기면, (수도권에) 갈만한 데가 없으니 지방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분이 지역사회 전파 확산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거리두기에) 동참을 하고 자제를 해주셔야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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