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성기호 기자, 송승섭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대출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는데 오늘부터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며칠 전부터 문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어요.”(서울 중구 A은행 대출 담당직원)
“새 규제 관련 세부규정이 워낙 촉박하게 만들어져서 저희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서울 종로구 B은행 여신담당자)
차주 단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새 가계부채관리방안 시행 첫 날인 1일. 이날 오전부터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바뀐 대출 규제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대부분 규제를 적용해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가 얼마나 축소되는 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미리 계약을 체결한 부분에 대해 소급 적용이 되는 지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6억원이 넘는 집 담보대출과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DSR 40% 적용하는 것이다. 초강력 규제인 만큼 대출한도 축소 이외에도 신용대출 연장시 DSR 적용 여부 및 전세자금대출 추가 여부 등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기존 대출자의 경우 신규 신용대출이 가능한 지에 대한 전화가 상당수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은행 여신담당 직원은 "주택 구입의 경우 몇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주담대의 경우 사전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많지만, 새 규제 시행 첫 날이다 보니 계약일이 7월 이후로 넘어간 사람들은 바뀐 규제에 따라 가능한 대출 한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D은행 여의도지점 창구 직원은 “출근 전에 휴대전화로 기존 주담대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면서 “신용대출 문의였는데 소급적용이 안돼 대출 가능 금액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 규제책이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빌려주겠다는 취지를 담은 만큼 대출한도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고객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E은행 강남지점 관계자는 "문의 고객 대다수는 한도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추가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에게는 2금융을 통한 자금융통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금리에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에서 넘어올 대출수요와 문의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2금융권의 경우 초반에는 조용하다 점차 한도나 가능여부를 묻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원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새 대출 규제책까지 적용되면서 업무 피로감을 호소하는 은행원들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특히 과거엔 2~3년에 한 번 규정이 바뀌곤 했는데 한 달이 멀다하고 새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대출 규정이 달라지니 고객 응대가 더 피곤해졌다는 것이다.
한 영업점 직원은 "바뀐 제도에 따른 대출 가능 한도는 컴퓨터에 입력하면 나오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대출한도가 줄어든 고객들의 항의"라며 "주담대의 경우 장기 플랜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예상보다 한도가 줄면 은행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점 관계자는 "새 규제가 나올때 마다 은행 내 적용 세부 규정과 서류가 바뀌는데 시행일에 임박해서 공문이 내려오다 보니 기존 상담자들에게 충분한 안내를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사실상 공문을 보고 내용을 뒤늦게 파악하는 은행 직원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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