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정현진 기자]뉴욕 증시에 상장된 매그나칩 반도체의 중국계 사모펀드 매각 저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은 매그나칩 반도체측에 심사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 모든 매각 작업을 중지하라는 직접적인 명령을 내렸다. 중국에 어떠한 반도체 기술도 넘길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8일 업계와 미국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검토 후 결정을 내리기 이전까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와 체결한 지분 매각 계약의 모든 절차 진행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중간 명령’을 미국 재무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공시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매각 절차에 대해 CFIUS의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던 지난달 조치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다. 중간 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와이즈로드로의 매그나칩 지분 매각 및 이전을 금지했으며, 와이즈로드가 매그나칩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거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도 막았다. 현재 델라웨어주 관할인 법인을 이전하지 못하도록 했고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 폐지와 관련한 조치를 취할 수도 없게 했다.
사실상 미국 당국이 와이즈로드의 매그나칩 인수 마무리를 위한 모든 직·간접적인 행동을 규제하면서 중국계 사모펀드가 시도했던 이번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와이즈로드와 14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15일 주주총회에서 지분 매각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CFIUS의 매각 검토가 시작되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글로벌 사모펀드 코누코피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인수 경쟁자로 등장하는 등 각종 변수가 발생했고 매그나칩과 와이드로드는 주주총회를 17일로 연기했다. 결국에는 미국 당국이 매각 작업 일시 중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면서 주주총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동시에 한국 정부도 지난 9일 매그나칩의 OLED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등 매각 저지 공세를 펴고 있다. 매그나칩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기술유출방지법 11조 2항에 의거해 합병 신고 및 승인을 받으라는 서한을 전달받았다고 16일 공시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이전까지는 우리 정부가 미국 상장사인 매그나칩 매각을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웠지만 핵심기술 지정 이후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의거해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졌다. 산업부는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심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에 휘말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관련 기술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미국의 의지가 드러난 사례이자 이에 대한 중국의 반격도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국내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반대 기류가 강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하위 기술이라 해도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서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인수 경쟁자가 등장한다 해도 궁극적인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사모펀드의 경우 양국의 최종 심사 승인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그나칩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급등락하고 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월 25일 무려 27% 급등한 주가는 이후 매각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금씩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달 11일 사모펀드 코누코피아의 인수 제안 공시가 나오면서 12% 이상 급등했지만 미국 재무부가 합병 관련 절차를 중단하는 명령을 내리고 산업부가 허가 및 신고 절차를 요구했다는 공시 내용이 공개되면서 10% 가까이 떨어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스마터애널리스트는 "매그나칩 이사회가 더 고액의 인수 제안을 검토하지 않았고 와이즈로드의 거래를 마무리 짓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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