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美 공급망 대책‥韓 등 동맹 협력·자국 생산 확대

중국과 충돌 보다는 자체 경쟁력 강화에 방점
희토류에는 관세 부과 대응 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요 산업 품목의 공급망 상태를 점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지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요 산업 품목의 공급망 상태를 점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지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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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서 우리 기업들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등 필수광물, 제약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범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문제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결과물이다.


백악관은 "미국 홀로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라며 미국이 국내 생산 증가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동맹과 협력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170억달러 규모 투자를 언급하며 "공정한 반도체칩 할당과 생산 증가, 투자 촉진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의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주요 동맹의 핵심 정부 당국자와 민간 분야가 참여하는 공급망 강화 국제회의도 소집하기로 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의 한국 기업들도 초청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또 반도체 분야의 상호 보완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쿼드와 함께 한국과 양자 관여를 통한 협력 계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대미투자 등을 거론하고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미국 내 제조 시설의 확대와 설립을 위해 대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담았다. 이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이달 말에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도 열 예정이다.


보고서는 한국 74회, 대만 84회, 일본 85회 등 반도체, 배터리와 관련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을 연이어 거론하는 등 동맹의 역할을 강조했다.


공급망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은 대부분 중국 견제에 맞춰졌다. 보고서에는 '중국(China)'과 '중국의(Chinese)'라는 단어가 각각 458번, 108번 언급됐을 정도다.


대표적인 예는 희토류에 대한 대응이다. 상무부는 자동차, 스마트폰 및 국방물자 생산 등에 필요한 희토류인 네오디뮴 자석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네오디뮴 자석을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때 의회 승인이 없어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중국에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를 예고한 반면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희토류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계획도 마련했다.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해 신설되는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날 발표에는 중국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진 않았다. 중국과 충돌이나 마찰보다는 기술력과 영향력으로 우위에 서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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