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김소영·김초영 기자] #지난 2월, 인천 한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을 포함한 유치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보육교사 6명과 원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교사들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에 걸쳐 저지른 폭력 행위는 어린이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교사들은 자폐증이 있는 아이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머리채를 잡거나, 얼굴을 손으로 때리는 등 잔혹한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직장 내 노동권 침해행위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접수한 CCTV 감시 관련 피해 제보는 수십 건에 달했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갑질 사례를 보면, 직원들은 사무실에 설치된 CCTV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는가 하면 점심 시간에 휴식을 취한다는 이유로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CCTV 범람의 시대'다. 공공기관부터 가정집, 어린이집, 자동차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이르기까지 수백만개의 카메라 렌즈가 시민들을 뒤쫓는다. CCTV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범죄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거나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쓰이는가 하면, 사무실 및 공공시설 감시 목적으로 설치되기도 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CCTV가 국민의 치안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어 필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4년간 공공 CCTV 개수 2배 증가…범람하는 CCTV
국가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 개수는 약 148만대였다. 4년 전인 지난 2015년(73만대)에 비해 약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국민 34명당 1대 꼴로 CCTV가 설치된 셈이다. 여기에 각종 민간 시설에 설치된 CCTV, 자동차 내부에 탑재된 블랙박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말 그대로 'CCTV의 홍수'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CCTV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지만, 공공기관 내 설치된 CCTV의 주 목적은 범죄 예방(51.6%),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43.8%) 순이다.
광범위한 CCTV 설치 및 운영은 현행범 검거 및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대전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CCTV에 포착된 사건·사고는 대전에서만 약 2300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250여건은 경찰이 범인을 현행범으로 검거했다.
시민들도 CCTV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9년 내놓은 '범죄예방 목적의 공공 CCTV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약 89%(1780명)가 "CCTV는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문에 응한 시민 10명 중 6명은 "우리 동네에 공공 CCTV가 더 많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시, 민간공사장 모든 현장상황 CCTV로 확인
CCTV는 이제 사회 여러 분야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같은 사고가 서울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CCTV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CCTV와 연계해 민간공사장의 모든 현장상황을 한눈에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공사장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으로 근로자의 작업 보호구 착용 여부, 위험구역 출입여부, 안전수칙 준수 등 공사장 현황을 언제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CCTV는 보육시설 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9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의무화됐다. 지난 2019년에는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부모들이 과도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 CCTV를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개정안이 추가로 통과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CCTV가 보육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감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CCTV가 보육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학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례로 지난해 '인천 서구 어린이집 상습 학대 사건' 당시 교사들의 학대 정황은 CCTV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사회 여러 문제의 해법으로 CCTV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불법 대리수술 논란이 불거진 병원 수술실에 대해서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술실 CCTV 설치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와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동의 20만건을 단숨에 넘는가 하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교통방송(TBS)의 의뢰로 지난달 28~29일 2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80.1%)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 사고 당시에는 공원 내 CCTV 개수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원 내 많은 유동인구에 비해 CCTV 개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CCTV 설치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내 설치된 CCTV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는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8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20년까지 이 단체에 접수된 불법 CCTV 감시 피해 사례는 100건이 넘었다. 일부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괴롭힘으로 인해 공황장애를 겪거나,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치안, 시설 안전 등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불법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인권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길거리에서 범죄 예방, 시설 안전 등을 목적으로 CCTV가 설치돼 왔지만 최근에는 일반 사업장에서도 CCTV가 쓰일 만큼 보편화 됐다"면서도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CCTV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업체나 단체가 아직까지 많이 없어 불법 노동자 감시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의 안전이나 화재 방지 등을 위해 CCTV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물론 설치를 할 수 있지만, 설치 이전에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제3자가 함부로 열람을 할 수 없도록 보안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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