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가 1만3000원…인상 쓰는 곡물가

서울 59년 맛집 올해 1000원 또 올려
쌀·콩 등 곡물가격 상승세…장바구니 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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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지난해에도 1000원을 올리더니 그새 또 올렸네. 이제는 한 그릇에 1만3000원이야." 서울 중구에 있는 진주회관에서 콩국수를 먹던 이들이 주문을 한 뒤 큰 소리로 얘기한다.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지만 분명 들으라는 얘기다. 머쓱했는지 서빙하는 직원이 콩국수를 가져다 주며 말한다. "콩, 배추 등 농산물 가격도 워낙 오르고 해서 매년 인상을 안할 수가 없네요."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하는 얘기지만 분명 좀 전 가격이 비싸다고 말한 이들이 들으라는 대답이다.


1962년 개업한 뒤 지금까지 59년째, 콩국수로 유명한 진주회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을 1000원 올렸다. 2019년 1만1000원에서 2020년 1만2000원, 올해는 1만3000원까지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31일 진주회관에서 주말에 식사를 다녀온 A씨는 "수년간 평양냉면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보통 1만3000원, 많게는 1만4000원까지 받는 곳이 많은데 콩국수 가격이 1만3000원까지 오른 걸 보니 조만간 평양냉면 가격도 또 오르겠다"며 "요즘엔 이것저것 가격이 다 올라서 밖에서 뭘 사먹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명 냉면 가게들도 심상치 않다. 2년전 1만4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봉피양, 우래옥은 지난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고 남포면옥, 을지면옥, 을밀대 등도 1만2000원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소고기 가격을 비롯해 쌀, 콩, 메밀 등 주요 식자재 모두 가격이 급등했지만 코로나19 여파속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진주회관이 콩국수 가격을 올리면서 평양냉면 맛집들도 가격을 올릴만한 명분을 얻었다. 최근 곡물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서 쌀, 콩, 메밀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여전히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이 있다고 언급해 지난해 가격을 동결한 주요 맛집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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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산 흰콩 35kg의 도·소매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22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17만6000원보다는 25.1%, 평년 17만5333원보다는 26.9% 높은 가격이다. 쌀 20㎏의 도·소매가격은 5만8760원으로 지난해보다는 24.4%, 평년보다는 38.2% 올랐다.

국제 밀과 옥수수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t당 밀 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248.48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2.14%, 옥수수는 261.6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08.04% 높아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제곡물전망에서 올해 2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4.3% 오른 143.6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수입가격을 전망하는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의 경우 전 분기 대비 8.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햇반 7%, 두부 11.6%, 콩나물 9.9%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당분간 밀가루값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압박을 받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660개 품목 중 약 14.4%에 해당하는 95개 가격을 올렸고, SPC삼립도 양산빵 30여종 가격을 9% 인상했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빵 90여종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외식물가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김밥, 짜장면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외식 물가지수는 113.02로 전년동기대비 1.9% 올랐다. 이는 2019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0.5∼1.0%대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1월(1.1%), 2월(1.3%), 3월(1.5%)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짜장면 가격은 2019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3.2%가 올랐고, 김밥 가격도 2019년 11월 이래 가장 큰 상승률인 4.4%를 기록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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