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자유화조약 복귀 불가" 러에 통보...우발적 충돌 우려 커져

"러 조약준수 믿을 수 없어"...EU우려에도 탈퇴
내달 미·러 정상회담서 무기통제조약 논의 가능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측에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제외한 미국과 러시아간 무기통제협정이 모두 해제됐다. 내달 개최될 미국과 러시아간 정상회담에서 무기통제협정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측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이날 세르게이 리아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에게 항공자유화조약에 복귀치 않기로 한 미국정부의 방침을 통보했다. 항공자유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지난 1992년 체결해 2002년부터 발효된 무기통제협정 중 하나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4개국이 가입한 바 있다.

이 조약은 가입국의 군사력 보유 현황과 군사 활동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원국 간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입국의 군사력 현황과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무분별한 군비 경쟁과 우발적 충돌을 억제하는 상호감시기능을 위한 협정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5월, 러시아가 조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탈퇴를 선언했으며, 6개월이 지난 작년 11월 탈퇴 효력이 발생하면서 양국 정찰기와 전투기간 우발적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양국 공군 정찰기와 전투기는 경계가 불분명한 중립지구인 북극과 알래스카 해역과 우크라이나 분쟁이 벌어진 흑해일대와 동유럽 등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로인해 EU에서는 양국간 우발적 충돌 증가에 따른 군사적 긴장감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는 해당 조약이 러시아와 대치 중인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 동향 관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조약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탈퇴 재고를 요청한 바 있지만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서양 동맹 약화 등을 우려하며 탈퇴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재가입 불가결정을 내리면서 양국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조약 재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후 러시아 측이 조약준수를 제대로 준수하겠다는 확신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재가입 불가로 선회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간 무기통제협약이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되면서 다음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무기통제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