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쏘아올린 디지털 달러

Fed, CBDC 중요성 강조 "美가 주도 표준 마련" 시사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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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박병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가상화폐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표준을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가 역설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도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행사에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민간 화폐는 결제 시스템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레이너드 이사는 CBD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간에서 만들어진 가상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결제 시스템에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CBDC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중요성을 갖게 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역할을 감안했을 때 CBDC 세계 표준을 개발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소위 접촉이 없는 형태의 결제방식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디지털 달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은 Fed가 디지털 달러 도입을 사실상 결정하고 미국이 CBDC의 국제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Fed는 그동안 CBDC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올 여름 Fed가 디지털 화폐에 대한 첫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Fed가 CBDC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자 Fed도 수동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 대응 모드로 바뀐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Fed가 언제가는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 실험을 계속 하며 CBDC 발행에서 미국에 한 발 더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도 최근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도 금지하겠다며 가상화폐 때리기에 나섰는데 이 역시 민간에 디지털 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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