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 관련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과대포장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주행 기능의 명칭이 자율주행과 유사해, 운전자들이 운전석에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정말로 자율주행일까요? 아니면 일반적인 보조 기능에 불과할까요.
오토파일럿은 테슬라가 판매하는 차량에 탑재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명칭입니다.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하면, 자동으로 자동차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해주는 이른바 '크루즈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또 현재의 차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운행하는 '오토스티어' 기능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모든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운전자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이며, 두번째는 '구독'을 통해 구입·업데이트해야 하는 FSD(완전 자율주행 모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따르면 FSD는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문제는 오토파일럿을 FSD와 착각,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운전자가 간혹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북부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에 의지해 달리던 테슬라 모델S 차량이 인근 한 나무와 충돌, 탑승해 있던 남성 두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테슬라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오토파일럿을 켜둔 채 운전석을 비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이 운전자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도 내 차가 충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에도 뒷좌석에 앉을 것"이라며 오토파일럿 기능을 맹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외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을 통해 기능을 과대광고하고 있다며 비판합니다.
지난해 독일 뮌헨고등법원은 오토파일럿 광고가 허위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가 소비자들에게 완전 자율주행을 광고한다고 오인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입니다.
국내에서도 오토파일럿의 기능에 의구심을 표하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해 성명을 내고 "오토파일럿은 선박, 항공기 및 우주선 등을 자동으로 조종하기 위한 장치에 제공되는 제어 시스템"이라며 "테슬라는 이 명칭을 전기차에 사용해 테슬라가 선박이나 항공기, 우주선처럼 완전 자율적으로 운행되는 것으로 오인하거나 착각하도록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오토파일럿은 정말로 운전자 간섭 없이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능일까요?
현재 자동차 자율주행은 SAE(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가 규정한 0~5레벨까지 총 6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0레벨은 자율주행 기능이 사실상 없는 단계이며, 1레벨은 자동 브레이크, 속도 조절, 차선 유지 등 기능을 한 번에 하나씩만 제어할 수 있습니다. 2레벨은 이같은 기능을 여러 개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2레벨까지는 ADAS에 속합니다.
한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율주행은 3레벨부터입니다. 3레벨은 돌발상황을 대비해 운전자가 상시 대기하는 수준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입니다.
한편 4레벨은 이보다 진보한 고도의 자율주행이며, 5레벨은 완벽한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0~5레벨 기준으로 보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 ADAS는 1~2레벨에 속합니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이 아닌 단순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라고 봐야 하는 셈입니다.
사실 테슬라 또한 오토파일럿을 완전 자율주행 기능으로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한 사용자 메뉴얼 '오토파일럿 소개'를 보면, 사측은 이 기능에 대해 "운전자의 조작 부담을 줄이도록 고안됐다"며 "이 구성품(오토파일럿)에 의존해 자신의 안전을 맡기지 말아달라"고 경고합니다.
또 "운전자는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운전자는 안전하게 운전하고 차량을 제어할 책임이 있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슬라는 4~5레벨에 준하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해서 FSD를 홍보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완전자율주행 가능한 FSD 기능이 곧 베타 테스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FSD는 이 발언으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까지 개발을 거듭해 왔고, 이후 머스크 CEO는 "2020년 말에 출시할 것"이라며 언급했다가 현재는 올해까지 기한을 미룬 상황입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2일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이 'FSD를 언제 출시할 예정이냐'고 묻자 "대략 한달 뒤 출시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가 오는 6월 정말로 FSD 기능을 개방해 과장광고라는 오명을 벗어날 것인지, 혹은 이번에도 기약 없이 출시일을 미루게 될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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