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콜드체인 심장' 냉매 직접 생산 나선다

용인 공장 생산인력 대규모 채용…지난해 임원급 엔지니어도 뽑아
드라이아이스 수급난이 배경…지난해에만 20만t 부족해
수급 불안정 장기화 전망…해외서 원료 조달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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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 핵심으로 꼽히는 냉매를 직접 생산한다.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성장세에 냉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공급은 원활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연일 부각되고 있어 쿠팡이 해외에서 냉매 원료를 조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생산직 대규모 채용 나서…‘수급난’이 배경

2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전문 자회사 CPLB는 경기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공장에서 냉매의 일종인 드라이아이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CPLB는 이달 12일부터 생산인력 채용에 나섰다. 채용 인원은 수 백명 규모다. 앞서 CPLB는 지난달 드라이아이스 사업 부문 관리자급 직원의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쿠팡은 냉매 직접 생산을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이 일부 드라이아이스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지난해까지만 유지했던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10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가진 가스 엔지니어가 임원급으로 CPLB에 합류하기도 했다.


쿠팡의 자회사 CPLB는 이달 12일부터 드라이아이스 생산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 인원은 수 백명 규모다. [사진 = 쿠팡 채용 홈페이지 캡처]

쿠팡의 자회사 CPLB는 이달 12일부터 드라이아이스 생산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 인원은 수 백명 규모다. [사진 = 쿠팡 채용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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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드라이아이스 생산에 뛰어든 배경에는 지난해 발생한 수급난이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액체탄산(LCO2)을 고순도로 압축한 고체탄산이다. 탄산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거나 석유화학사가 플라스틱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만든다.


그런데 코로나19발(發) 경기 악화로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탄산 공급이 쪼그라들었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은 50%대로 전년 대비 20~30%포인트 가량 줄었다. 액체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들은 원재료를 구하지 못해 생산량을 늘리지 못했다. 지난해 액체탄산 생산량은 연간 70만t에 이르는 수요 대비 20만t 가량 부족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수급 불안정 장기화 전망…글로벌 공급망 구축할 수도

수요는 연일 증가세라 수급 불안정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며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마켓컬리,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이 신선배송 사업을 경쟁적으로 키운 것도 수요 급증을 부채질했다. 국내 액체탄산·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들의 실적만 봐도 확 커진 수요를 체감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태경케미컬의 지난해 국내 드라이아이스 매출액은 129억원으로 전년(54억원) 대비 139%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전년(12억원) 대비 546.2% 급증했다.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경기 회복세도 수요에 기름을 부었다. 액체탄산은 반도체 생산의 주요 원료로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의 세정 및 노광 공정 등에 쓰인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기대감에 반도체 업계의 액체탄산 수요도 급증했다. 이외에도 액체탄산은 최근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조선업에서 용접용으로 쓰이는 등 산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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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쿠팡이 수입을 통한 냉매 원료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탄산 공급의 높은 국내 의존도가 수급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이아이스 시장은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던 데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모두 중소·중견기업이라 원료 조달망을 해외로 확장할 이유는 물론 여력도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콜드체인 시장의 성장성과 쿠팡이 최근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본력을 감안하면 드라이아이스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글로벌 조달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쿠팡의 드라이아이스 관리자급 인력 채용 공고를 보면 주요 업무로 ‘중국, 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다수의 액체탄산 공급업체 관리’와 ‘액체탄산 수입 프로세스 관리’가 기재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해 수급난으로 중국 냉매업체와 협력을 맺기도 했다"고 밝혔다.


단가 오름세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시장에서 드라이아이스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태경케미컬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이아이스 1㎏당 가격은 550원으로 전년(483원) 대비 약 14% 올랐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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