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앤드류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다시 드러냈다.
베일리 총재는 13일(현지시간) BOE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어디에서나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관련주들에 대한 주가 거품을 경고했다.
베일리 총재는 "사람들은 투자 기회를 찾고 있고 비트코인을 원하면 비트코인을 매수하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일리 총재가 가상화폐 투자 위험을 경고한 이 날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비트코인 결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히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 구매도 허용하겠다고 선언하며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하지만 이날 돌연 컴퓨터를 활용해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이같은 방침을 밝힌 뒤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15% 이상 급락했다.
베일리 총재는 최근 계속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 6일 한 기자회견에서도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금을 모두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베일리 총재는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가치를 부여할 수는 있다. 가상화폐가 외재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질적인 내재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발언이 다소 애매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겠다"며 "투자금을 모두 잃을 각오를 했을 경우에만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 금융감독청(FCA) 청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에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다면 투자금 전부를 잃을 각오를 하라"고 경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