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도입해 시행한 지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24년까지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지만 ‘동네빵집’의 설자리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반면 커피전문점에서 베이커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스타벅스가 새로운 동네빵집의 경쟁자로 자리 잡으며 규제 재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빵집 창업은 2016년 2720개에서 지난해 2433개로 줄어들었다. 문을 닫는 빵집도 해마다 2000곳이 넘어 창업한 만큼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며 프랜차이즈 제과점 규제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동네빵집은 오히려 계속 사라지고 있어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반면 커피전문점에서 베이커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스타벅스는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의 매출은 1조9284억원으로 이중 케이크, 샌드위치 등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한 푸드류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20%, 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적용 대상인 CJ푸드빌 뚜레쥬르의 2019년 매출이 약 4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과점 시장 2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장을 1500개까지 늘렸다. 뚜레쥬르의 현재 매장 수는 1295개로 매장 수도 스타벅스가 앞선다. 스타벅스는 1500개에 달하는 전 매장에서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는 ‘더양평 DTR점’도 선보이며 베이커리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규모로 보면 스타벅스는 이미 제과업계 2위를 위협하고 있지만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 500m 이내 출점 제한 규제가 없다 보니 서울 을지로입구역 반경 500m 내 스타벅스 매장이 20여개나 몰려 있어도 문제가 없다. 해당 지역 일대에서는 중소 제과점은 물론 프랜차이즈 제과점, 카페 모두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베이커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프랜차이즈 제과점만 규제를 받는다는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아예 출점 제한 규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뚜레쥬르가맹점주협의회는 이례적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온 출점 제한 규제에 따른 성장의 한계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가맹점을 불안정한 생존권 환경으로 내몬 불합리하고 형평성이 결여된 제도에 대한 관계 기관들의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고 했다. 점주 간 경쟁을 막기 위해 출점 제한을 요구해야 할 가맹점주 단체가 스스로 출점 제한을 폐지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이제는 제과점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를 비롯해서 제과업계 경쟁의 양상이 달라졌는데 특정 업종의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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