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자 자동차 업체들이 고육지책으로 반도체가 필요한 옵션 사양을 뺀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내비게이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길어지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외한 차량을 일부 출시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닛산이 내비게이션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출시하는 차량 수를 종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텔란티스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 램도 최근 생산한 1500대의 램 1500 픽업트럭에 사각지대를 없앤 지능형 백미러 기능을 제외했고, 르노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르카나에 적용되는 대형 디지털 화면 기능을 뺀 신차를 생산 중이다.
수십년간 보다 향상된 소프트웨어 기능을 내놓는데 주력했던 자동차 업계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생산 정체가 길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 여파로 올 1분기에만 약 130만대의 차량을 감산했다.
반도체 칩 부족은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통제 방식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했던 적기 생산 방식을 버리고 주요 부품의 재고를 비축하려는 시도와 함께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동차 산업이 여타 다른 산업과 달리 중요 부품의 재고 관리를 하지 않는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일부 부품을 최대 4개월 생산 분량으로 비축하기 시작했고, 폭스바겐은 자체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는 6개 공장을 짓고 있다.
베어드 애널리스트인 루크 정크는 "칩 부족 사태는 자동차 공급망에서 가격, 구매량, 주요 부품의 재고 비용 등과 관련한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간 재협상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등 고급 사양에 대한 수요 증가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 속 2030년에는 최대 45%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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