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도대체 돈만 드는 우주 개발은 왜 하는 겁니까?" 최근 전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우주개발경쟁 와중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소리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주개발과정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얼마나 인류의 삶을 발전시켰는지 한 번만이라도 살펴 보면 그런 이야기를 못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치정보확인 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입니다. 운전할 때나 스마트폰으로 약속 장소를 찾을 때 꼭 필요한 기술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행한 '2020 우주백서'에 따르면, 미국이 당초 군사목적으로 개발한 GPS 기술은 자동차 네비게이션, 정밀 농업, 금융, 석유·가스산업, 통신 등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군사 작전시 위성 4개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이용해 지구 어디에서나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20여년간 150억달러를 투자해 내브스타(NAVSTAR) GPS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게 1980년 이후 민간에 개방됐고, 2017년까지 GPS를 통해 민간 산업이 낸 수익은 무려 1조2000억달러에 이릅니다. 한국도 현재 30m 수준인 정밀도를 더 높이고, 국가 안전 보장 및 독립적인 기술 확보 등을 위해 한국형 GPS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그만큼 산업적으로 국가 안보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라는 얘기죠.
아침마다, 요리할 때마다 소중함을 느끼는 정수기도 우주 기술에서 발전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유인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던 중 우주인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죠. 주택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연기 감지 화재 경보 장치는 우주 정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진압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침실에서 쓰이는 메트리스, 베개 등에 많이 쓰이는 메모리폼은 우주선 내 충격 흡수를 통해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한 소재의 패딩을 만들어 충격을 흡수했는데, 이것이 발전해 현재 매트리스나 베개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시대 전성기를 맞이한 적외선 체온계, 동결 건조 식품 제조 기술 등도 '우주 기술'에 속합니다. 나중에 민간에 개방돼 엄청난 시장을 창출해 낸 기술들입니다.
의료 분야에서도 다양한 우주 기술들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체 내 상처나 질병의 진행 정도, 골절 등의 촬영에 필수적인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의 기술은 우주비행선을 위한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에서 나왔습니다. 시력 개선을 위해 흔히 쓰이는 라식수술기, 엑시머 레이저 시술기는 우주선의 자동 랑데뷰 및 도킹 기술을 활용했고, 심장박동 조절 장치와 인공귀 청각장치는 인공위성과 기지국 간의 통신기술에서 발전했습니다.
이밖에 선글라스도 우주의 강한 빛을 가리기 위해 고안됐고, 청소기는 중력이 없는 우주선 내부 청소를 위해 만들어졌죠. 주택 문화를 혁신시킨 단열재는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높은 마찰열을 차단하고 우주 공간에서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아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다네요. NASA는 해마다 이같은 우주 기술의 '스핀오프' 사례를 모아 책으로 펴냅니다. 한때 미국의 첨단 기술 발전에는 '로스웰' 사건 등 미확인비행물체(UFO)에서 발견한 외계인들의 우주 기술이 있다는 '썰'이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알게 모르게 생활 속으로 스며든 '우주기술'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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