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에 가상화폐 투자 사기 '역풍'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일 거래액 17조원
가상화폐 사기 신고 상담 전년 동기 대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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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중국 모 그룹에서 판매하는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상화폐 판매업체를 운영하던 이 모씨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이 같은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는 사업설명회를 열어 "투자 대상인 중국 업체가 30년 역사를 가진 500조원 규모의 건실한 사업체"라면서 "4조원의 투자금을 들여 전기차 산업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투자자들을 모집한 후에는 보유한 가상화폐의 개수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누고,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면 ‘추천 수당’을 지급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가상화폐에 대한 허위 공지를 올리거나 물건 거래가 가능한 네이버 밴드를 개설하기도 했다.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었고 사실상 다단계 상품에 불과했다. 7개월새 그의 사기행각에 걸려든 사람들만 1300여명이 넘었고 피해금액은 177억원에 달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16일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범행에 가담하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A·B씨 등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업자 이모씨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가장한 불법 다단계 사기업체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한 계좌당 수백만원을 투자하면 반년 만에 3배로 불려주고, 새로운 회원을 모집해오면 각종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이곳을 이용하는 회원만 2만명에 달하고, 거래소 오픈 후 6개월간 본사에 입금된 전체 금액은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기업체 대표인 이모씨와 이사진, 주요 모집책 등에 대해 사기, 유사수신, 방문판매법 위반, 전산장부조작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른바 ‘비트코인 광풍’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일 거래액은 무려 17조원 수준에 이른다. 코스피(16조원)와 코스닥(11조5000억원)의 일 평균 거래액을 웃도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작된 가상화폐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입증한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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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지난해 1~10월 가상화폐를 포함한 유사수신 혐의 업체 신고 상담건수는 5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했다.


당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가상자산 유사수신 등 민생금융범죄 집중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시·도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전담수사팀을 설치하는 한편 경찰서 지능팀 등 전문수사인력을 활용해 유사수신·다단계·불법사금융 등의 피해를 막기로 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피해 이득액 5억원 이상의 횡령, 배임, 사기 등 직접 수사 범위에 속하는 가상자산 관련 범죄행위 확인 시 직접 수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직접 수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경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유사수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불법금융 파파라치’ 제도를 통해 포상금을 지급한다. 향후 금융위·금감원, 국무조정실, 법무부·검찰, 경찰청 등은 필요할 경우 가상자산 투자설명회와 관련해 입수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화폐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가격이 낮은 가상화폐들로 유인하는 것이 투자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공신력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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