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 영국 위성과 충돌할 뻔 한 일이 있었습니다. 만약 실제 충돌이 벌어졌다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 교통사고'로 부각됐을 겁니다. 지구 궤도를 떠도는 위성이 증가할수록 이 같은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어, 우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 버지', '텔레그래프' 등 미국·영국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지구 상공 궤도에서 벌어졌습니다. 스페이스X 소속 인터넷 보급용 군집 위성인 '스타링크' 위성과, 영국 위성 인터넷 사업자인 '원웹'의 위성이 서로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것입니다.
두 위성 사이가 가장 가까웠던 시점의 거리는 불과 약 58m 차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안으로 보면 매우 긴 거리이지만, 만일 위성을 운용하는 양측 기업이 제때 위성의 위치를 조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충돌해 인류 최초의 '우주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는 더 큰 참사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우주공간에서 인공위성이 서로 충돌하면, 무수히 많은 파편들이 쪼개져 나옵니다. 이때 이 파편들은 중력의 영향을 매우 희미하게 받기 때문에, 수백~수천㎞ 너머까지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만일 파편이 다른 위성과 부딪혀 또 다른 파편이 생기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입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부터 통신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인공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도 순식간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우주 교통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충돌 사건을 일으킬 뻔한 두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영국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원웹'은 현재 세계 최초의 위성 기반 5G 인터넷 망을 설립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입니다. 위성 기반 5G 인터넷 망은 지구 저궤도 부근에 수천개의 인공위성을 정렬, 지표면 전체에 촘촘히 인터넷을 연결시킨다는 개념의 서비스입니다.
이 때문에 위성 인터넷 사업자들은 수천 개의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띄워야만 합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은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무려 1만2000개 배치될 예정입니다. 원웹 또한 우선 650기의 위성을 1차 계획으로 배치한 뒤, 향후 최대 4만8000개에 이르는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최근 자체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인 '카이퍼'를 공개하는 등, 위성 인터넷 사업의 패권을 둘러싼 우주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즉, 앞으로도 지구 궤도는 수만개가 넘는 인공위성들로 인해 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충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우주 궤도의 안전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티븐 프리랜드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 명예교수는 15일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스타링크 같은 인공위성이 흔해질수록 충돌 사고 위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우주 기업들을 규제하고 안전을 보장할 방안으로 '우주법(space law)'의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프리랜드 명예교수에 따르면 우주법은 지난 1967년 국제연합(UN)에서 체결된 '외우주 조약'을 기반으로 합니다. 우주법은 우주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여러 나라 정부 및 기업들에게 '우주 쓰레기'(로켓 발사, 인공위성 충돌 등 인간이 우주에서 활동하면서 생긴 파편)를 억제하고 청소하게 하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프리랜드 명예교수는 "인류의 미래는 결국 우리의 우주 진출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국가와 기업들이 우주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새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우주에서의 안전, 안보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