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세입자(임차인)와 집주인(임대인) 간 갈등은 매년 이사철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최근에는 수도권 전세매물이 증가하고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깡통전세(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특히 세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부동산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가장 많은 사유로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돈을 주겠다" 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전세의 대부분은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돌려준다'는 이유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전세금 반환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세금 반환소송이란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세금 반환소송 사건은 총 5703건에 달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은 민법 제548조에 따라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 며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돌려준다는 이야기는 집주인의 입장일 뿐, 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는 전세금 반환소송 절차를 밟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전세금 반환소송을 위해선 기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음을 입증하는게 관건이다. 임대차계약서는 물론이고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 문자메시지, 통화녹음 등이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법률에 맞는 전세금 반환 내용증명서를 작성해서 보내면 집주인은 심리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소송 전에 전세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 며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금을 준다고 할 때는 심리적 압박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이름으로 된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가운데 절반은 거주하는 주택이 법원경매에 부쳐져도 보증금을 전액 또는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법원의 '임대 보증금 미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법원경매로 넘어간 주택 3만9965가구 가운데 1만8832가구(47.1%)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전액이나 일부 회수하지 못했다.
보증금 미수금은 배당요구서에 기재된 임차인(임차인·전세권자·점유자·주택임차권자·임차권자)의 배당 요구액보다 배당액이 적은 경우를 말한다.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의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5년 44.2%, 2016년 51.2%, 2017년 47.9%, 2018년 41.3%, 2019년 43.1%, 2020년 9월까지 48.6%로 집계됐다. 법원경매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도 전세보증금을 완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매년 2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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