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차량용 전장(전자 장비) 카메라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회사가 있다. 전장 카메라 분야에서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메라 모듈업체 엠씨넥스다. 이 회사의 국내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G90을 제외한 제네시스 전 모델 등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차량 70~80%에 엠씨넥스의 카메라가 사용된다. 올해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에 카메라 공급이 확정돼 아이오닉5에도 이 회사 카메라가 탑재됐다. 스웨덴의 볼보, 프랑스의 푸조, 중국의 지리 등 해외 기업들도 고객이다.
엠씨넥스는 본래 휴대폰 카메라 시장의 강자다. 삼성전자 등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모바일 부품으로만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 회사를 키운 일등 공신도 이 부품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다. 글로벌 점유율도 7~8위를 오간다.
하지만 업계는 앞으로 엠씨넥스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을 전장 카메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수요가 급증하며 회사 전장부품 실적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량 대비 1.5~2배 이상의 카메라 모듈이 들어간다. 자율주행차에는 야간 운행 시 필요한 적외선 카메라 등 프리미엄급 차량 일부에 들어가는 기능들이 기본 사양에 포함돼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며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 수요가 정체된 탓도 있다. 리딩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엠씨넥스의 휴대폰 부품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반면 전장부품 매출은 33.7% 증가했다. 올해 회사의 전장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5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이를 "준비된 변화"라고 했다. 민 대표는 20년 전 카메라 모듈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SK하이닉스의 전신격인 현대전자 단말기연구소에 재직하던 때다. 멀티미디어폰 개발에 참여하며 2002년 세계 최초로 영상전화를 상용화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 카메라 시장은 크지 않았다. 모바일 카메라 모듈은 대부분 일본산이었다. 일본 전자업체 샤프, 교세라, 소니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2004년 설립한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 10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3113억원을 기록했다. 민 대표는 "산술적으로 보면 회사는 창업 후 132배 정도 성장했다"면서 "연평균 성장률은 36% 수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모바일 카메라와 전장 카메라를 함께 개발했다. 전장 카메라는 2005년 일본 닛산의 인피니티 차량에 후방 카메라로 처음 사용됐다. 그만큼 차량용 카메라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는 얘기다. 2006년 전장 카메라 양산을 시작했지만 매출 비중은 높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전망은 적중했다. 회사 전장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564억원으로 2015년(901억원) 대비 73.6% 성장했다. 자동차의 전장부품 탑재율이 증가한 영향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자동차의 전장부품 평균 탑재율은 2000년 22%에서 지난해 50%까지 올랐다. 전장부품 시장은 자율주행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은 342조4260억원 규모로 2015년 269조8300억원에 비해 27% 성장했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달한다.
회사는 코스피 상장 이전을 추진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민 대표는 여전히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는다. 회사는 매년 450억~55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본사 직원 500여명 중 330명 가량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민 대표는 "연구개발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활동"이라며 "당장 시장성이 없어도 미래에 쓰일 만한 기술에는 과감히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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