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근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9년째 동결돼 있는 밀가루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비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온 제분업계는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이 여타 소비자 물가를 고려해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제분업체들은 제각기 사정이 달라 식품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밀 가격이 크게 오르며 밀가루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t당 밀 가격은 234달러로 201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이 이례적 한파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여기에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에 수출세를 부과한 영향까지 겹쳤다. 연일 밀 가격이 오르며 제분업계에서는 밀가루 가격 인상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곰표 밀가루 등을 생산하는 대한제분은 최근 밀가루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구체적 인상 규모, 시기 등은 정해진 바가 없지만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물류비용이 200% 증가하는 등 제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밀가루 가격은 2013년 인상된 이후 동결된 상태다. 당시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빵, 라면, 과자, 만두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외식비용도 증가하자 이례적으로 정부가 나서 밀가루 가격 인상분이 실제 재료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밝히며 제품 가격 상승을 저지하는 움직임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연초부터 먹거리 가격이 연일 오르며 물가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밀가루 가격 인상은 소비자 물가 상승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두부, 콩나물, 반찬용 통조림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값이 폭등하자 제빵업계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최장 기간의 장마로 인한 작황 부진 여파도 지속되고 있다. 대파 가격은 3배 뛰어올랐으며 사과와 건고추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70% 높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밀가루 가격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상해야 할 요건은 너무나 많은 상황이지만 관련한 논의는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밀가루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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