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제 기능을 못하는데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성범죄 정보로 매일 지옥보다 못한 고통을 받으시는 피해자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다."
지난 1월 말 정상 출범했어야 하는 5기 방심위가 이번에도 '지각 출범' 논란을 면치 못하면서 조직 전체가 행정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 여야가 방심위원 추천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사이 디지털 성범죄 안건과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 등 중요 사안들의 심의 제재는 뒤로 미뤄졌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도 5000여건에 달한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31일 오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3년 전 4기 출범 때도 7개월 이상 늦게 출범해 첫 해 방송심의 제재 건수는 941건에 달했다"며 "전년보다 3배에 가까운 2만800여건이 지각 처리돼 유관기관들의 업무 처리도 지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는 3년 임기의 9명의 방심위원들을 중심으로 행정 지원 조직으로 구성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방식이다.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은 "청와대 추천 인사가 공개되지 않으면 방심위원을 추천하지 않겠다"며 추천위원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 사무총장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2월 15일 박경석 국회의장과 이원옥 과방위원장, 여야 조승래 박성종 간사 등 4명에게 편지 보낸 바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답변이 온 것은 없다"고도 말했다. 정치권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방송민원은 8600여건 접수된 상태다. 통신심의는 약 7만건 대기 중이다. 수사기관 등 관계 기관에서 위원회로 차단을 요청한 코로나19 백신 사용 관련 가짜뉴스는 130여건에 이른다. 사안이 시급한 디지털 성범죄 정보의 경우 2000여건을 자율규제로 삭제한 상태이지만 3300여건은 심의 대기 중이다.
이 중 이미 2화를 끝으로 조기 종료된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은 5149건에 달한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2'와 tvN 드라마 '빈센조' 관련해서도 각 533건, 10건의 민원이 들어온 상태다. 방송이 계속 진행되거나 종료된 후 제재에 들어갈 경우 시의 적절한 제재가 불가능해 제재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민 사무총장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역사 왜곡과 잔혹한 폭력 장면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낸 장면 대해선 국민 의견이 쇄도 중"이라며 "심의국에서 유사 사례들을 참고해 종합 검토 중이며 해당 건들은 위원회가 정상 진행되는 즉시 심의 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구마사는) 방송 폐지 여부와 상관 없이 2회분에 대해서는 심의가 이뤄지며 결과에 따라 방송사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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