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73차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4년째 답보 상태다. 일본의 지연전과 최대 후원국 일본의 눈치를 보는 유네스코(UNESCO)의 소극적 태도,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중국·대만·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단체로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국제연대위는 위안부 관련 기록 2744점을 모아 등재를 신청했고, 유네스코 등재소위원회는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017년 10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제연대위 중심으로 등재 재추진 작업이 이뤄졌으나 일본이 공동 등재라는 카드로 시간 끌기에 나섰다. 유네스코가 중재위원을 선임했지만 한 차례 교체됐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탐색을 위한 온라인 회의만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신혜수 국제연대위 단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가 등재 관련 업무를 적극 주재하지 않고 일본도 그동안 회피해왔다. 등재를 원치 않으니 대화에 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면서 "더구나 유네스코의 일 처리 속도가 굉장히 더디고 일본의 압력을 벗어날 뚝심이나 여건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한 발 더 나아가 ‘상대국이 불편해하는 사안은 양국 간 대화를 거친다’라는 내용을 담아 세계유산 등재 절차를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안부 기록물은 2017년에 접수돼 소급 적용의 대상이 아니지만 일본 측이 개편된 기준을 소급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 단장은 "새로운 규정에 절대 구속받지 않는다. 일본 측 신청자는 규정이 개정되면 대화하겠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며 "유네스코가 중재와 대화를 하겠다고 결정한 사안인 만큼 일본이 꺼리더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도 "일본은 규정 변경에 맞춰 갈등이 있는 사안은 새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네스코의 중재나 대화는 이와 무관하게 추진됐다"면서 "외교부도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연대위는 장기전을 대비해 일본 측이 주장하는 공동 등재까지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단장은 "일본이 설사 응하길 꺼리더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기다리고 있다"며 "포기해서 좋은 건 일본이기에 끝까지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시절 지원이 중단된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정부의 직접 지원 대신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여성가족부는 등재 사업 관련 학술회의나 전시 등 사안 홍보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응을 위한 수행기관 모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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