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반(反)네타냐후 연합의 기데온 사르에게 연립 정부를 제안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네타냐후 집권 종식을 다짐하며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기데온 사르가 주도하는 뉴호프당에 자신의 연정 제안을 수락하면 집권 1년 뒤 사르에 모든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정당 리쿠드당은 크세네트(이스라엘 의회) 3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기존 의석수(36석)보다 6석이나 줄었다. 리쿠드당의 우호 정당의 의석을 모두 합해도 과반(61석에) 9석이 모자란 52석에 불과하다.
반면 네타냐후의 최대 정적인 야이르 라피드가 주도하는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가 17석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반네타냐후 연합은 57석을 확보했다. 그 외에 '야미나'와 아랍계 정당인 '통합 아랍 리스트' 등 군소정당은 각각 7석, 4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은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주축으로 한 연합 정당들과 그의 15년 집권을 종식하려는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 당을 비롯한 반네타냐후 연합 전선의 대결이었다.
네타냐후가 연정을 구성하려면 군소정당을 끌어들이거나, 반네타냐후 연합의 이탈을 유도해야 한다. 네타냐후는 반네타냐후 연합에 있는 뉴호프의 이탈을 유도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호프는 이번 선거에서 6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뉴호프와의 연합만으로는 과반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언론들은 네타냐후가 야미나와 통합 아랍 리스트 등 2개 정당을 모두 끌어들이는 방안을 예상했으나, 친(親)네타냐후 정당 가운데 일부가 통합 아랍 리스트당과의 협력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어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스라엘은 2018년 말 연정이 해산되고 총선 국면 중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2019년 4월과 9월 그리고 지난해 3월에 이어 이번까지 2년 새 4번의 총선이 치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단 2년 만에 4차례 치러진 선거는 네타냐후를 지지하는 자들과 그의 임기를 끝내려는 자들 사이의 분열을 야기한 선거였다며 앞으로 네타냐후의 연정 구성은 더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정치위기"라며 "우리의 정치 시스템에선 이제 결정적 승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의 뇌물수수,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어서 이번 총선 승리로 임기를 부여 받지 않을 경우 역대 최장수 총리로 15년 권좌를 지켜온 그의 정치 인생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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