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혁은 변방에서 시작, 비주류가 주도..경제대통령 될 것”..‘대선 1년앞’ 박용진의 출사표

재벌개혁·유치원3법 이끈 경험이 자산
자본시장, 경제通으로 식견·행동력 무장
대통령은 ‘전문직 중에 전문직’이라 생각
복지서 더 나간 ‘행복추구권’ 실현할 것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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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구채은 기자] “모든 개혁은 비주류, 변방에서 시작된다.”


지난 2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내년 대선에 도전 의사를 밝힌 그는 시장의 불공정, 반칙, 특권, 특혜를 바로잡는 일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권과 표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주류’였다면 우리 사회 ‘성역’처럼 여겨지는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 의혹을 캐지도, 공고한 기득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치원3법을 통과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입성한 박 의원은 민감하고 첨예한 문제를 건드려왔다. ‘초선저격수’로 불리던 20대 국회 때는 차명계좌가 과세대상이라는 자본시장법의 유권해석을 받아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사건을 터뜨려 국정감사 스타로 등극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이슈를 제기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개정안·사립학교법 개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1대 국회 때도 바빴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화재 사건에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 리콜과 무상수리를 얻어냈고,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제정안)등 굵직한 개혁입법을 추진했다. 올 초에는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치우고(무차입 공매도) 허위로 계약사실을 위조하는 불법공매도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해 ‘동학 개미’에게 박수를 받았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이끌어냈던 삼성증권의 부당대출 의혹, 이해상충 의혹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작년 국감에서 지적한 건인데, 아직도 종합검사 결과가 안나오고 있다. 경제에서의 반칙과 불공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일들을 바로잡아야 젊은 사람들이 창업도 하고 새로운 기회에 공정하게 도전할 수 있다.” 말을 이었다.

“박용진에게 계파도 계보도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역으로) 큰 이권과 커넥션에 포위되지 않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개혁입법을 주도할 수 있었다. 지금 시대는 대통령에게 ‘변화에 맞설수 있는 용기’, ‘새로운 의미의 사회계약’을 주문한다. 경제 문제에 강한 젊은 정치인, 박용진만이 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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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의원과 일문일답.


-21대 국회의 민주당의 개혁입법들 중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고 좌초된 것들도 상당하다.


▲모든 일은 성과가 있고 한계가 있다. 거기까지 했으면 거기가 한계다. 공정경제 3법도 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밖에 못했다(여권 일각에서는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결권 3% 제한'이 완화된 것,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유지'로 결정된 것이 공정경제3법의 한계이자 후퇴로 지적했다). 사실 대통령 공약사항도 못 해낸 것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하는 게 낫나? 당연히 하는 게 낫다. 2005년 국가보안법도 폐지가 추진됐지만 개정이냐 폐지냐 논란만 있다가 결국 폐기됐다. 하지만 한걸음이라도, 반보라도 나아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당이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는 흔적은 있을 거다. 하지만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입법들 아쉬움도 남지만 70%까지는 왔다고 생각한다. 70%까지밖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70%만큼이나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소득주도 성장도 추진하다가 절충하는 선에서 유야무야됐다는 비판도 있다.


▲중간에 하다 말아서 안타깝다. 그 나라와 정부, 사회가 자기 국민들을 어떻게 대접하는지, 어떻게 값을 쳐주는지가 최저임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을 한시간당 8720원(2021년 법정 최저임금)으로 취급한다. 말이 안된다. 우리 국민들과 청년들이 8시간 홀서빙을 하고 8시간 취미생활을 하고 살아도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고 임대든 전세든 주거안정이 확보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합의주의 정치가 발휘되지 못한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임기 5년 안에 해마다 얼마씩 하자. 자영업자들이 충격이 클텐데 지원은 이렇게 해주자. 조정하고 타협하면 좋았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창업하기 좋은 나라, 곧 도전하기 좋은 나라여야 한다. 제 2의 카카오나 배민이 나올 수 있도록, 김범수(카카오 의장), 김봉진(배달의 민족 창업자)이 진입장벽 없이 창업하기 좋은 나라여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의 반칙과 특혜가 없어야 한다. 힘 센 사람이 제멋대로 결정하고 포식하게 하면 모두가 망한다. 자연계에서도 그런 일은 없다. 경제민주화는 누굴 괴롭히는 게 아니다. 총수 일가가 반칙을 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아서 투자자, 기업, 시장 참여자들을 지켜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규제를 했기 때문에 애플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성장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4개의 IT공룡 규제를 했다. 규제를 하지 않으면 미국 소비자들과 후발주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장 규제, 진입 장벽 이슈, 독점 기업 문제도 풀어야 한다. 관료가 도장을 안찍어줘 스타트업이 역할을 못하거나, 기존주류사업자들이 진입장벽을 쌓아 후발주자를 가로막거나, 재벌대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토록 놔두어선 안된다.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아킬레스 건’이란 말이 있다. 어떤 점을 계승하고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가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패널티를 줬다. 세금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일정한 워닝을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에 동의한다. 실소유 외 집을 가진 일이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 되도록 했다. (다만) 보유세나 양도세를 한동안 낮춰줘서 시장에 매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좋은 집에 살고 싶어하는’ 시장 욕구를 적대시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 시내, 일자리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을 도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들의 주택정책 핵심은 마치 강남3구 아파트값 잡는 것과 같았다. 우리 헌법은 주거권 보장을 명시해뒀다.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법은 임대주택 공급, 민간 분야야 촉진, 사회적 주택조합 등 다양하다.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게 저의 아이디어다. 20만 가구 구축이 돼서 서울 주택 문제 해결할 수 있다. 상암, 마곡과 함께 서울 강남3구와 같은 서울의 축이 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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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가 정국 블랙홀이 돼가고 있다.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공공 주택청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LH는 우리사회에 짓눌려 있던 불공정, 불공평 이슈를 탁 건드린 사건이다. 우선 LH가강제수용방식으로 땅을 수용해 부지를 개발하는 것은 지금과 맞지 않다. 너무 비대하고 방대한 권한이다. 개발은 민간이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권한이 쏠려서 좋을 게 없다. 공공주택청을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 기부채납 방식은 그것대로 유지하면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일정 비율을 공공주택청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공급을 보급하고 임대주택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광역시도와 협의해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 국가와 주택청을 통해 주택 수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대선에 도전했다. 왜 박용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시대는 젊은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누가 이 시대에 불공정과 불공평에 맞서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 말만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해왔는지를 평가받아야 한다. ‘나’라고 왜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겠나. 갈등과 고민, 외로움을 겪으며 불공정 불공평과 맞서 싸워왔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에도 창업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존경하는 대통령은 창업자였다. 박용진한테 계파가 계보가 뭐가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창업하려는 사람한테 백 없고, 재벌가 자재가 아니라 안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박용진이야말로 뉴프론티어정신으로 한국정치가 맞딱뜨려 있는 여러 과제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돌풍이 불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정치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전문직 중에 전문직이다. 있지도 않은 길을 만드는 것이 정치다. ‘법대로 해라. 다 잡아들여라. 엄단하라’는 논리는 오히려 쉽다. 법도 규정도 없이 길을 만들어가는 게 정치다. 최저임금 협상, 미중 관계, 사립 유치원 비리에 법이 어디 있나. 법대로 하면 기득권이 이긴다. 지난한 타협과 합의와 갈등의 조정이 필요한 게 정치다. 어느날 갑자기 현 대통령이 싫어서 (반사이익으로) 인기가 오르고 대선주자가 되는 것은 본인에게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대선 생각이 있으면 빨리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피하면 안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아젠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코로나 이후 상황과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틀렸다. 기본소득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10년 이내에 될거라고 말하는 분은 적다. 그럼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 불균형은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이 남는다. 10년 뒤에 4만원씩 나눠주는 것을 기다려야 하나.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20대들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몇 푼의 위로보다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직장을 갖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국민이 가구당 5억 원 정도의 자산형성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이룰 수 있도록 국가가 각종 제도적 지원을 설계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세제도 개편해야 하고, 자산시장에서의 투자 방식, 각종 사회기금, 효율적인 국부펀드 운영 등 다양한 복지 행정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에 대한 정책을 개발 중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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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판세가 야당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이미 지난 오세훈 한명숙 2010년 선거때도 한명숙 후보가 20%포인트 가까이 뒤지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근소한 차이인 0.6% 포인트차이로 오세훈이 이겼다. 당이 갖는 조직력을 최대한 가동하고 보궐선거의 특성을 반영하면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공매도 논란은 일단락 됐다고 보면 되나


▲아직 미진하다고 본다. 공매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차입 공매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거다.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금융당국은 사후적 시스템 절차를 추가하며 끝났다. 정작 개미들은 무차입공매도로 피해를 보고 피눈물을 흘렸는데 누가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은 안 만든 채로 재개만 다시 늦췄다. 미봉책이다. 제가 낸 법안(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들에 대해 전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대로 증권사, 예탁결제원 등이 협조하고 진행해서 매도 당시에 차입이 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씀 드렸다.


-검찰개혁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나무가 클 때도 겨울에 잠깐 성장을 멈추고 나이테를 만든다. 나이테 없이 크는 나무는 무르다. 사회개혁도 일정부분 성장을 하고 안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의 기능적 분산 합의가 됐고 (공수처도) 이제 겨우 출범했다. 나이테가 만들어지는, 제도가 튼튼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도를 신설했으니 안정화되고 효율적으로 운영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는 이르다는 입장으로 이해해도 되는가> 그렇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뼛속까지 진보적인 정치인이었지만 사회적 타협을 잘 이뤄냈다. 건보료 통합, 의약분업, 초고속 인터넷 망 구축 같은 일을 해냈고 진보진영의 숙원이었던 전교조 합법화와 해직교사 복직도 해냈다. 지도자가 욕을 먹더라도 국민들의 삶을 바꿔주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다. 그 결단과 책임 있는 계획을 실행했다는 점에서 존경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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