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포스트 코로나, 본격 '마스(MaaS)' 시대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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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 부장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 출장을 가야 한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니 철도,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 다양한 경로가 추천되고 시스템이 경로별 소요시간과 예상요금을 알려준다. 김 부장이 KTX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하자 사무실에서 어느 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해 몇 번 버스를 타고 철도역까지 가야 하는지부터 상세 경로가 안내된다.


인터넷 길찾기 서비스가 없었던 시절에는 경험을 통해 혹은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통해 하나하나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들을 습득해 나가야 했다. 아니면 다 귀찮으니 장거리라도 그냥 승용차를 몰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 때에 비하면 확실히 편리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각 경로상에 있는 철도, 항공, 고속버스 앱에 따로 들어가 스케줄을 확인하고 예약과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 역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싶어도 별도 앱에서 호출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이동 서비스에서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마스는 하나의 플랫폼이 이동을 위한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와 연계가 용이해지면서 플랫폼이 서로 다른 이동수단을 통합해 소비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스의 세계에서는 사용자가 추천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모든 이동수단의 예약과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진다. 전통적인 교통수단 뿐 아니라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카셰어링, 렌터카 서비스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마스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면 구독 기반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핀란드 헬싱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휨(Whim) 플랫폼이다. 매달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면 구독 기반으로 지역내 다양한 교통수단들을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마스는 굳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될 만큼 소비자들에게 끊김 없는(seamless)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들의 공통적인 숙제였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에너지 소비 문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는 마스에 주목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대중교통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이전보다 더 많이 승용차를 끌고 도로에 나왔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긴 시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19라는 터널도 이제 출구를 향해 가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묵혀 두었던 마스라는 숙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


국내 대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카카오모빌리티는 2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T 앱 내에 철도 예매가 가능한 '카카오 T 기차'를 지난 2월에 출시했다. 기존 택시,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주차, 전기자전거, 셔틀, 시외버스에 이어 원거리 광역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다.


카카오T 기차에서는 가까운 철도역이나 노선별 정보를 몰라도 최초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하면 원하는 열차표를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기차역까지 가는 대중교통 노선을 안내해 주고 필요한 경우 택시 호출로 연결도 해준다. 아직 본격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마스로 향해 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이동의 맥락에 있는 더 많은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 통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 티머니, 쏘카 등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도 본격 마스 시대를 대비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마스가 승용차를 대신해 빠르고 편안한 이동을 책임져주는 새로운 시대를 기대한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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