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주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 중단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로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생산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번 화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 시에 있는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주력 공장인 나카공장 1층에서 전날 발생했다. 최첨단 제품인 300㎜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곳으로 주로 자동차 주행을 제어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다행히 200㎜ 웨이퍼 생산 라인 등 다른 건물에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네사스는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이날 오전부터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상황을 확인한 뒤 향후 대응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화재 현장에 인체 유독 가스가 있어 피해 상황 파악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 관계자는 생산 재개 시점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직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르네사스 주력 공장의 화재는 장기화하고 있는 반도체 품귀 현상에 불을 붙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는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대만 TSMC 등 외부에 위탁하던 반도체 일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화재가 일어난 공장 건물은 TSMC에서 이관한 첨단 제품의 양산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한파로 인한 텍사스주 내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과 대만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난관 등이 반도체 공급에 더욱 타격을 가한 것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한달 이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이미지 센서용 반도체 공급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외에도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등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지난달 공장 문을 닫았고 이 여파로 테슬라와 혼다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생산 중단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피니온은 오는 6월에나 공장 가동 중단 이전 생산 규모로 회복할 것이라고 최근 추정했다. 여기에 대만은 지난달부터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어 TSMC 등 대만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물 탱크 차량을 동원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용수를 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르네사스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공장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클린룸과 장치가 파손돼 3개월 정도 조업을 중단, 자동차 생산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면서 올해 2월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의 영향으로 정전돼 조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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