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3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사의 선제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위인 TSMC는 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며 미국 투자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반면 총수 부재 상태인 삼성전자는 미국 내 증설 후보지를 놓고 최종 결정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UDN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기존 발표 대비 3배가량 늘려 6개의 ‘메가팹(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5월 TSMC는 12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2024년까지 애리조나에 5nm 공정 라인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강조하면서 TSMC의 투자도 확대 기조로 변했다. TSMC는 기존 120억달러 대비 3배 늘린 최대 35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며, 1000여명의 현지 엔지니어 채용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 피닉스시 운영 자금 2억500만달러(약 2320억원)를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 도 애리조나주의 부지 2곳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의 증설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됐으나 최근 미국의 기록적인 한파로 텍사스주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안정성 뿐만 아니라 각종 인센티브 등을 놓고 추가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계의 관심은 한국과 대만에 쏠리고 있다.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유한 한국과 대만을 재조명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세계적인 의존도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공조를 통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빈자리를 적극 파고들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애리조나주 공장 투자 및 현지 엔지니어 채용 확대 결정은 자국 내 제조업 부흥과 고용 확대를 추진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정책 노선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을 누리기 위한 정부와 삼성전자의 일원화된 정책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정부가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제조업 육성에 집중된 데다 단기 글로벌 시장 사이클에 대비하는 정책으로 활용하기엔 어렵다는 목소리다.
게다가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후보지가 4곳이라면 회사 내부의 의견은 그 이상으로 나뉜다는 의미"라며 "결정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토론하고 검증하는 내부 시스템 절차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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