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주범 '메탄'의 두얼굴?…한국, 친환경·고효율 자원화'선도'

태양전지를 접목한 메탄의 전기화학적 전환 시스템. 전해액에 담겨 있는 구리산화물-기반의 촉매 표면에서 메탄이 전기화학적으로 산화되어 메탄올로 전환된다. 이 산화반응은 태양전지에 의해 인가된 포텐셜에 의해 상온에서도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그림 및 그림설명 제공 = 문준혁 서강대학교 교수.

태양전지를 접목한 메탄의 전기화학적 전환 시스템. 전해액에 담겨 있는 구리산화물-기반의 촉매 표면에서 메탄이 전기화학적으로 산화되어 메탄올로 전환된다. 이 산화반응은 태양전지에 의해 인가된 포텐셜에 의해 상온에서도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그림 및 그림설명 제공 = 문준혁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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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탄은 또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다. 천연가스ㆍ셰일가스의 주성분으로 에틸렌ㆍ메탄올 등 유용한 화학물질로 개질(reforming)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이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들어 국내 연구진들 사이에서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난이도 높은 메탄 전환 공정

메탄은 석유화학 공정과 셰일 가스에서 나오는 물질로 전세계 연간 메탄 발생량 9억t 중 92.2%가 난방이나 발전용으로 사용되며 화학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7.8%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100년 가까이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메탄을 산소 투입 없이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촉매공정은 기술수준이 매우 높고 부산물이 많이 나와 상용화되지 못했다. 특히 메탄은 높은 결합에너지를 갖는 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메탄의 화학결합을 끊고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고온과 같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 태양에너지 활용 친환경 저비용 공정 개발


문준혁 서강대 교수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메탄을 산화해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즉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지속적인 에너지 소비 없이 상온에서 메탄을 화학원료 등으로 널리 쓰이는 유용물질인 메탄올로 바꿀 수 있는 공정을 찾아 낸 것이다. 문 교수는 고온 조건은 생성물을 다시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생성물을 높은 선택도로 얻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따라서 상온과 같은 낮은 온도에서 메탄을 전환하는 기술을 고민하게 됐고 많은 연구진들의 높은 활성의 촉매를 개발하는 방향 대신, 열에너지를 대체하는 다른 에너지원을 적용하는 기술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기화학적 산화를 일으킬 수 있는 촉매 전극으로 혼합 전이금속 산화물을 합성하고, 태양전지를 접목해 촉매 전극에 포텐셜을 인가할 수 있는 반응시스템을 구현했다. 또 전이금속산화물 촉매의 조성을 제어해 가장 높은 전환율의 메탄-메탄올 전환이 가능한 최적 촉매 조성을 확인했고, 전환 반응의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동위원소 실험을 수행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제로에너지' 시스템으로 메탄을 전환하는 화학반응 시스템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라며 "메탄의 전기화학적 산화에 높은 활성을 갖는 전이금속산화물 촉매를 이용하여, 화학촉매를 능가하는 전환율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어 "이 기술은 기후변화 물질인 메탄을 줄이며 동시에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친환경 화학공정의 전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원하는 생성물(C2 화합물)의 수율은 높이고 부산물(숯, coke)의 생성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사용된 인공 꿀벌 군집(Artificial Bee Colony) 알고리즘 그림.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 뒷표지 그림)

원하는 생성물(C2 화합물)의 수율은 높이고 부산물(숯, coke)의 생성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사용된 인공 꿀벌 군집(Artificial Bee Colony) 알고리즘 그림.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 뒷표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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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활용해 효율 높인다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한 연구진도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플랫폼연구본부 장현주ㆍ김현우 박사팀, 화학공정연구본부 김용태 박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000도가 넘는 고온, 가스 속도, 압력 등 조건이 까다로운 실험을 실험실에서 직접 수행한 후, 250개의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1만여 번 이상 가상 수행해 기존보다 수율(투입양 대비 산출율)을 10% 이상 높이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화학 산업에서 가장 많은 양이 활용되고 있다. 에틸렌은 범용 플라스틱, 비닐부터 시작해 합성고무, 각종 건축자재, 접착제나 페인트까지 일상의 대부분에서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엔 2019년 화학연 김용태 박사팀에서 부산물 거의 없이 5.9%의 수율을 기록했었는데, 이후 후속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 협업을 통해 2019년 수율의 2배인 13%를 달성한 것이다.


메탄의 에틸렌 전환을 위한 기본 수율은 보통 학계에서 25% 이상, 부산물 선택도(전환된 메탄 대비 생성되는 부산물의 비율)는 20% 미만은 되어야 한다. 특히 부산물(숯)이 공정의 파이프라인에 쌓이면 환경 문제는 물론 폭발 등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율은 높이면서 부산물은 적게 내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세계에서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우리나라 정도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한 250개의 반응 데이터를 수집해 기계학습 모델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스스로 온도, 속도, 압력, 반응기 구조 등 여러 조건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1만여 개가 넘는 가상 조건을 만들고 실험 결과물을 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어진 가상 실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의 '인공 꿀벌 군집(Artificial Bee Colony)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자연에서 꿀벌 군집은 꿀이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꿀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하며, 수집된 정보들에서 꿀이 많은 곳을 알아내 꿀을 찾고 모은다. 이와 비슷하게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도 여러 가상 실험 조건을 탐색하고, 어느 조건에서 어떤 실험 결과가 나오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정보들에서 더 좋은 실험 결과가 나오는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총 세 단계를 거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수율은 높으면서 부산물은 적게 나오는 실험 조건을 찾아냈다. 이를 실제로 직접 실험해 오차 범위 안에서 검증했다.


장현주 화학연 본부장은 "공정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연구분야에서 250번의 실험과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높은 수율의 반응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화학 반응 조건을 가상 환경에서 찾을 수 있어서, 앞으로 화학 산업에서 중요한 여러 반응에 바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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