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강원도 원주에서 벌어진 차량 절도 사건 범인이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형사책임 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의 경우 처벌을 할 수 없다보니, 이들의 일탈·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연령 하한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원주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차량 절도 사건 범인은 A(14·중학교 1학년) 군을 비롯한 4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절도한 차량을 타고 원주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뒤, 차 안에 있던 신용카드로 30만원을 썼다. 또 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차량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A 군을 포함한 일당 4명 모두 형사책임 연령인 만 14세를 넘지 않은 촉법소년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A 군 등은 앞서 차량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바 있으나 경찰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풀어줘야 했고, A 군 등은 이후로도 차량 절도 범행을 이어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촉법소년인 소년범들의 범죄·일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3월29일에는 B(13) 군 등 8명이 서울에 주차된 렌터카 승용차를 훔쳐 대전까지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네거리 인근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오토바이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지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의정부 경전철 내부에서 중학생들이 노인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내뱉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중학생에게 노인학대죄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가해자들 모두 촉법소년이라 입건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서 보호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실제 10대 청소년 범죄는 점차 잔혹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28.9%에서 2019년 33.6%로 상승했다. 특히 미성년자가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경우 2009년 1574건에서 2019년 3180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촉법소년이라도 죄질에 맞게 처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분통을 터뜨렸다.
20대 직장인 C 씨는 "요즘 애들 영악하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니까 당연히 수차례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니냐"며 "아무리 애들이라고 해도 실제 피해자들이 있는데 왜 처벌하지 않는 거냐"라며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D(31) 씨는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탈이라도 계속 반복되면 나중에는 중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라며 "단순히 보호 처분을 할 게 아니라, 소년범의 교정을 위해서라도 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촉법소년 연령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시영 변호사는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 저널'에서 "우리나라는 촉법소년, 다시 말해서 법을 위반했지만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그런 대상에 대해서는 형법이 아닌 소년법이 적용된다"며 "문제는 그 나이 해당 아이들이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법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형법이 만들어졌고 그때 촉법소년의 연령을 정한 것"이라며 "실제로 외국의 입법, 예를 보면 12세나 13세로 낮춘 나라가 굉장히 많다. 국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서 그 촉법소년의 연령을 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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