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한아 기자] 교복입은 학생으로 설정된 캐릭터가 성행위를 하는 내용의 만화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아청물)에 해당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14일 수원지법은 파일공유 사이트 대표 A(47)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 사건 만화 동영상에 나오는 표현물에 부여한 특징을 볼 때 설정한 나이가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고, 모두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A 씨는 2010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사이트 내 '성인 애니' 카테고리에 아청물 영상이 올라왔는데도 이를 삭제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영상은 애니메이션으로 학생 캐릭터들이 교복을 입고 나와 학교 교실, 양호실, 체육관 등에서 선생님이나 동급생과 성행위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아청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옷을 입은 여자 캐릭터들이 성행위를 하는 영상이 포함됐지만,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한 배경 정보가 전혀 없고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 발육 상태로 볼 때 성인 캐릭터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라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년 11월 "특정 신체 부위가 다소 성숙하게 묘사돼 있다 해도, 창작자가 복장과 배경, 상황 설정 등으로 해당 표현물들에 설정한 나이는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다"라며 원심을 뒤집었다.
파기환송 재판부인 수원지법은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을 재확인했다. 다만 "A 씨는 이용자들이 아청물 의심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상시 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온라인 자료의 특징을 분석해 기술적으로 아청물을 찾아내는 조치를 하는 등 사이트 운영자로서 해야 할 책무를 했다"라며 파기환송 전 원심과 같이 아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하급심에서 다수의 무죄 판결이 선고됐던 점도 고려됐다.
A 씨는 이로써 당초 인정된 혐의인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방조)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선고는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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