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어디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 여당 대표가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내놓아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하자"고 했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룬다는 명분이지만 이는 불우이웃 돕기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개인의 재산권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도 보호돼야 한다.
경제에서 기업이 중요하고 흥해야 하는 이유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란 무엇인가?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조세와 공과금, 금융비용, 경상이익 등 6가지 종류로 창출되어 사회 곳곳으로 흘러가는 게 부가가치다. 그러면 이윤의 극대화가 틀렸다는 말인가? 틀린 얘긴 아니지만 맞는 얘기도 아니다. 기업의 경영이 잘돼야 그 성과가 이해관계자들과 국가재정에 쓰일 부가가치가 증가한다는 걸 이윤의 개념으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 간의 양극화가 늘 존재한다. 사활을 건 경쟁을 생각하면 양극화는 오히려 점잖은 표현이다. 포브스지가 미국의 100대 기업을 처음 선정했던 1917년 이후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대로 남았던 기업은 7개사, 생존했던 기업까지 합해도 13개사에 불과했다. 기업의 수명이 이처럼 짧은 건 환경 변화 때문이다. 지금 영업이 잘돼서 돈 잘 버는 기업도 앞날을 예측하긴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급변하는 환경에선 기업의 생존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코로나19는 환경의 도전이다. 새로운 경영환경으로 많은 사업장이 생존을 위협받는 한편에선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사업장도 있게 마련이다. 그게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다. 예측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고 견뎌내야 하는 건 사업가들의 숙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아무리 해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을 경영에선 체계적 위험이라고 한다. 기업이 주력업종을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고 투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이유다.
경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돈 잘 버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엔 상반된 두 견해가 있다. 기업은 이익을 얻는 만큼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그래서 능력 있는 기업은 사회적 공헌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시민으로서 자원과 환경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더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다. 사회경제적 관점이다. 한편,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로 이미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 그래서 추가적인 책임의 부과는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대논리가 있다. 순수경제적 관점이다. 사회적 책임의 개념을 정립한 캐롤 교수는 사회적 피라미드 모델을 이용해 경제적, 법적, 윤리적, 박애적 책임으로 나눠 설명했다. UN에서는 2000년 글로벌 콤팩트 협약을 통해 환경, 노동, 인권, 반부패를 네 가지를 사회적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부유한 기업이 가난한 기업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익공유제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선 없는 말이다. 이익공유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사회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용어다. 이걸 발전시켜 국가가 기업을 맡아 이윤을 직접 나눠주면 공산주의가 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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