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간첩으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고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교포가 37년 만의 재심에서 징역 4년형으로 감형 받았다. 법원은 당시 검찰이 낸 증거 대부분이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작성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최근 1984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특수잠입 탈출) 등 42개 혐의로 기소된 재일교포 고 김모씨의 재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일교포 김씨는 1980년(당시 59세)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북한 대사관을, 1년 후엔 북한을 방문해 북측 지령을 받은 혐의로 안기부와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 등을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약 14년을 복역한 김씨는 1998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김씨는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재심은 김씨와 일본인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2016년 청구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재심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과 공동 피고인들 등의 진술은 불법 구금상태에서 고문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비엔나 소재 북한 대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서 “북한에 간 것은 지령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송된 누나와 조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 상당수가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40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특수잠입 탈출 등 2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북측 지령을 받기 위해 비엔나 소재 북한 대사관과 북한을 방문했으며 이는 국가보안법 상 특수잠입에 해당한다”면서 “검사 질문이 아닌 당시 변호인 질문에 스스로 답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조카들을 만나는 게 탈출의 상당 동기로 보인다”며 “받은 지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재일동포 북송 반대운동 등 민족화합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1일 항소장 제출했다. 완전 무죄를 다투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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