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출생통보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모가 아니라 의료기관이 출생 즉시 관계당국에 신고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최근 인천과 전남 여수에서 기록이 없는 아이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의에 불을 지폈다.
27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로 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해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가부는 오는 3월 수립되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출생통보제 도입을 명시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추진 일정은 시행계획에서 구체화하겠지만 도입 자체는 컨센서스가 갖춰져있고 법무부도 관련 연구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출생통보제는 분만을 담당한 의료진이 공공기관에 출생사실을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법은 혼인 중 출생신고는 ‘부 또는 모’, 혼인 외 출생신고는 ‘모’를 출생신고 의무자로 명시하고 있는데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유령인간’이 된다. 인천에서 친모에게 살해된 8살 여자아이와 여수에서 냉장고에 숨겨뒀다 뒤늦게 발각된 생후 2개월 된 아이 모두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비극적 아동 학대 사건의 반복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더라도 가정 출산이나 별거 상태에서의 출산, 미혼부에게 까다로운 출생신고 절차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적으로 열악해 가정에서 출산한 경우 법원에 유전자검사 등을 거쳐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혼부의 출생신고도 생모의 인적사항 확인이 어려운 사유를 소명해야 하고 유전자검사 등 혈연관계 입증 자료를 구비해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혼인 외의 자녀 비율은 30만2500명 중 7000명으로 2.3%를 차지하고 있다.
오영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유전자검사 비용만 최소 60만원 이상이 들고 자택에서 출산한 경우 몸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인데 법원 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신고 절차 개정이 필요하다"며 "사실혼 관계에서 출산한 경우 출생기록이 남는 것을 꺼려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때 자녀의 생모와 연락이 끊기면 미혼부 혼자 출생신고를 할 때 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쳐야 해 자녀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며 "실제 양육 상황이라면 미혼부가 신고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누락되지 않게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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