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헌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는 최근 태양광 패널 세척과 모니터링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H5를 설립, 창업에 나섰다. 폐 자원에 대한 대비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그는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확대되는 만큼 패널 폐기물 발생과 재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 시스템을 차량에 비유하자면 차를 타다가 바꾸는 즉시 폐차시키는 겁니다. 중고차 시장을 통해 재활용 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로봇공학 전문가인 황헌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는 최근 태양광 패널 세척과 모니터링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H5를 설립, 창업에 나섰다. 기술의 혁신성에 앞서 대비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패널 폐기물은 약 200t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 교수는 “2004년부터 보급된 태양광 패널의 폐기 처리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폐기 기준은 고사하고 재활용에 대한 논의조차 미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위기감을 갖고 재활용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 폐패널 처리 시설은 충북 진천 소재 업체 한 곳이 전부다. 정부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충북 진천 테크노파크에 연간 3600t 규모의 패널 재활용 센터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명을 다한 태양광 패널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고철 처리업체로 가거나 매립되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황 교수가 개발한 태양광 패널 세척 로봇은 패널 표면의 오염을 제거해 발전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패널의 훼손여부를 파악해 패널 관리의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 H5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태양광 패널은 통상 수명이 15년에서 20년으로 제작된다. 설치 후엔 과열 방지를 위해 주 1회 물 세척과 월 1회 전류 검사, 그리고 연 2회 고압 세척을 해야 발전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옥상이나 지붕, 지형이 험준한 산악지대에 설치된 패널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이 물로 패널 표면을 훑어주는 세척방식으로는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울뿐더러 도심에선 밀집형으로, 도서산간엔 광범위하게 설치된 패널은 방치되는 사이 발전효율이 떨어져 수명이 더 짧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이 세척진단로봇과 세척 코팅 나노물질이다.
소형·중형으로 개발된 태양광 로봇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처럼 구동되지만 위치,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특히 가파른 경사구간이나 단차가 있는 패널 간 이동도 가능하게 설계됐다. 황 교수는 “여기에 해상 태양광 패널 등에도 쓸 수 있도록 드론을 통한 이동기술까지 함께 개발했다”며 “필요할 때 로봇을 이용해 패널을 세척하기 때문에 발전 효율은 증대되고, 동시에 패널의 훼손 부분 정보 획득이 가능해 관리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통상 직렬로 연결·설치된 태양광 패널 중 하나가 파손되면 같은 어레이(모듈 18∼20개를 직렬로 연결한 단위)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 이를 진단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다.
태양광 패널 표면 세척과 코팅을 통해 기능을 90% 가까이 복원하는 나노물질도 주목할 만하다. 황 교수 연구팀은 나노물질을 이용한 초친수 기반 표면 처리 기술을 적용, 패널 위에 쌓인 유기오염을 제거하고 먼지부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외선 경화 코팅으로 노후 태양광 패널의 출력을 3~10% 향상시켜 누적 발전량이 최대 20%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황 교수는 “가동 중인 태양광 패널은 세척로봇을 통해 주기적으로 관리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수명이 다한 노후 패널은 재활용 센터를 구축해 전량 수거한 뒤 표면 처리기술을 적용하면 새 패널에 준하는 재활용 패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태양광 에너지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40.4%에서 2030년에는 50.9%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이 오는 2023년에는 9665만t, 2033년에는 5만8369t, 2045년에는 155만 3595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 교수는 “유럽의 폐패널 관리체계와 같은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H5의 태양광 패널 재생 기술로 현재 아프리카 등에 폐기물 상태로 수출되는 패널을 사용 가능한 패널로 처리해 에너지 소외지역에 도움을 주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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