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 이벤트 취소에 항의하는 유저들이 트럭을 몰고 넷마블 사옥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넷마블에 항의하는 유저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온라인 게임 서비스 기업 '넷마블'이 게임 내 이벤트 과정에서 서비스 기간을 채우지 않고 종료하면서 사용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유저들은 트럭에 자신들의 항의 문구를 담은 전광판을 설치하고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넷마블 본사로 몰려가는 초유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지난 1일부터 사용자가 로그인할 때마다 재화(화폐)를 증정했다. 그러다 넷마블은 예고 없이 4일부터 해당 이벤트를 취소했다.
이에 분노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틀 뒤인 6일 사과문을 발표, 관련 조처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은 사과를 용납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관련 본부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넷마블은 거듭 사과를 하고 있지만 게이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은 대기업 횡포에 맞서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운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이번 트럭 시위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으로 여러 명이 대답한 것을 정리했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마이너 갤러리(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닉네임은 '나삶'이다. 올해 서른살로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한국 서버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다른 게임 경력은 '바람의나라' 정액제 시절부터 최근 '사이버 펑크'까지 오랫동안 즐기고 있다.
- 이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보나, 일부에서는 게임 이벤트 취소에 '왜 저렇게까지 하나?' 반응도 있다.
▲ 게임이란 것이 단순히 놀이문화를 넘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번 일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게임을 그저 '금전 회수 장치'로 생각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담당한다는 책임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을 게임사 아래로 볼 것이 아니라 동등한 높이에서 의견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고작 '게임에 저렇게까지…' 라고 한다면, 고작 게임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게임사에 어떤 투자가 있을지 다시 묻고 싶다.
넷마블 측의 이유 없는 이벤트 중단에 대한 항의는 물론 지금까지 넷마블이 운영해온 게임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당한 항의다.
넷마블의 방만한 서비스 제공에 따른 신뢰 하락이 주된 이유다. 이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 이벤트 취소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되는 넷마블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다.
이 사태는 게임 하나의 문제가 아닌 한 기업이 보인 소비자에 대한 오래된 불합리한 차별 및 소통 부재로 인해 발생한 사태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넷마블의 소비자분들 대부분을 대표하여 이번 사건을 진행 중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넷마블의 행보에 분노한 다른 넷마블 서비스의 게이머 또한 많다. 넷마블 게임을 플레이 하지는 않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사가 바뀌어야 한다며 응원하시는 분들 또한 다수 존재한다. 지금껏 유저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았던 넷마블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명확하다. 넷마블 측에서 슬로건으로 내건 '소통 1위 기업'과는 다르게 대다수 게임에서 유저들과 소통을 진행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통보'만 해왔기 때문이다.
사건·사고들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오해'라는 단어로 사태를 일축하며 그저 유저들의 '넓은 아량과 이해' 따위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해왔으며 그뿐만 아니라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한 불만들이 일시에 터져 나온 것이다.
넷마블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 이벤트 취소에 항의하는 유저들이 트럭을 몰고 넷마블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넷마블에 항의하는 유저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트럭을 몰고 넷마블 사옥으로 가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 유저들의 집회 시위 동참도 뜨겁다고 들었다. 시위에 참여하는 유저 규모가 어떻게 되나
▲ 시위 참여 규모는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다. (트럭 시위 등 관련해) 모금은 기부금품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500여 명의 분들이 도와주셨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인증해주신 걸 추산하면 대략 참여 인원은 4만여 명을 초과하는 규모로 보인다.
모금액 관련해 지난 주말 동안 940여만 원 정도가 모였다. 단 두 시간 만에 이런 지원을 받았다. '트럭 시위'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skt t1팀'에 관련한 팬분들의 선례가 있어 이를 참고했다. 시위를 언제까지 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트럭 시위로 모자란다면 다른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
- 넷마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저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 넷마블의 공식 사과문은 이 사건을 지켜봐 주시는 모든 분의 분노를 더욱 촉발하는 장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껏 올라온 사과문에는 지금까지 유저들을 무시해온 것에 관한 내용이 없다. 현재로서는 넷마블이 공개한 사과문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의견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 및 확실한 사과를 담은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모든 분이 생각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넷마블 사과를 왜 불신하나
▲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에 다들 관심이 없다. 책임자가 자신의 이름과 직함을 걸고 직접 사과하며 지금까지 사측에서 '오해'라고 해왔던 부분들에 대한 완전한 해명이 먼저 되어야 사과를 받을지 고민을 할 것이다.
지금껏 다른 나라 서버와 차이가 나는 재화 배포부터 다른 이벤트까지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이며, 또한 유저와의 소통을 위해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에 관한 이야기 또한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면피성 발언이 한마디라도 나오는 순간 우리는 더이상 이어지는 말들을 들을 이유가 없다.
넷마블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 이벤트 취소에 항의하는 유저들이 트럭을 몰고 넷마블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넷마블에 항의하는 유저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그럼 적절한 넷마블의 조처가 없다면 이 같은 시위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건가
▲ 앞으로의 넷마블의 대응을 보고 판단할 생각이다. 현재 이번 사태는 한국 게임문화에 있어 역대급 사건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게임사를 신뢰하는 유저들이 아닌 게임만 보고 모인 충성심 높은 소비자분들을 기만한 데 따른 분노다.
-넷마블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유저분들이 저희에게 힘을 빌려주고 계시며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즐기고 계신 소비자분들뿐만이 아닌 넷마블의 소비자분들 대부분이 참여한 상황이다.
이후 저희의 요구사항은 현 상황에 관련된 유저들에 대한 사과 및 구체적인 후속 조치 발표, 또한 이후의 서비스 운영계획에 관련한 상세한 정보 공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번 사태 관련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코로나19 시국이니만큼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 또한 이번 트럭 시위가 좋은 선례로 남아 게임사가 유저를 무시하는 풍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한편, 넷마블은 지난 12일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카페를 통해 4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이 사과문에서 넷마블 측은 "모든 의사결정과 소통 이슈에 책임을 지고 해당 게임 총괄 본부장인 박영재 사업본부장이 물러난다"고 알렸다.
사과문을 통해 박 본부장은 "제가 실무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고 첫 스타트 대시 캠페인이 실시된 직후, 공식 카페 게시글을 통해 우리의 캠페인이 잘못 적용되어 서비스되고 있다는 부분을 파악하게 되었다. 캠페인의 보상량이 이후 계획 중인 여러 캠페인과 이벤트 대비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1월 4일 일단 즉시 중지 후 원인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의사결정이 마스터분들의 상황과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빠른 시일 내 기 공지드렸던 월별 캠페인 방안, 위에서 말씀드린 추가 소통 방안 등 대응안을 확정하여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