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위해선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배달의민족(배민)의 해외 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DH가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기업결합 자체를 취소하거나 행정 소송 등 장기전으로 갈 경우 DH와 함께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려던 배민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8일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DH가 수차례 불가 입장을 밝혔던 요기요 매각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거나 앞으로 더 지연되는 경우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던 배민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M&A가 승인되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아시아 시장 개척의 중심인 우아DH아시아의 대표 맡기로 했었다. 우아DH아시아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50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다. 김 의장은 우아DH아시아의 대표로 대만,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의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었다.
배민은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최근 일본에서도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M&A가 승인되면 DH가 아시아 11개 국가에 투자해 차린 사업의 경영권을 확보해 배민의 글로벌 사업이 한 번에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무산되면 베트남, 일본 진출과 같이 우아햔형제들 자력으로 현지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배민의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의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배달 업체 간 M&A가 활발한 상황에서 거대 기업이 나타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수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어 있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네덜란드 배달앱 업체 테이크어웨이가 점유율 2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하고 지난 7월 점유율 3위 업체 우버이츠가 4위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업체 간 M&A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으로 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올 기회를 잃고 자칫 국내 시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DH와의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데 공정위의 판단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립과 퇴행을 추동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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