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코스피 3000을 위한 골 결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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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축구를 좋아하는 필자는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새벽 같이 일어나 멀리 유럽대륙에서 펼쳐지는 축구경기들을 챙겨보는 수고로움을 자처하고 있다. 바로 손흥민 선수 때문이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홋스퍼FC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올해 절정의 기량의 뽐내면서 소속팀을 EPL 선두로 등극시키고 있다. 예전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나 삼성전자의 로고를 10년간 부착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첼시 등 전통 강호가 즐비한 EPL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성과인데, 그 중심에 서있는 손흥민 선수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손흥민 선수는 동양인 같지 않다는 발군의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뛰어난 속도, 최고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탁월한 기량, 그리고 팀과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인성으로 인해 영국 현지에서도 월드클래스의 반열에 오른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득점해내는 놀라운 마무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결정력'은 국내 증시 참여자들이 배울 점이 많다.


첫눈과 더불어 찾아온 살을 에는 한파가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최고의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 순간이 실현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든다.


1980년 1월4일 코스피 지수 100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증시는 1989년 3월31일 1000을 넘어섰고 2007년 7월25일 2000을 돌파했다. 1000에서 2000고지를 밟는 데에 무려 1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2000을 넘어선 이후 13년간 우리는 한 번도 3000의 영역에 진입해보지 못했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500의 문턱을 넘은 2017년 10월 이후 코스피는 매번 3000돌파 시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좌절의 순간에서 드는 아쉬움은 항상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많은 경기에서 중원의 싸움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만 한두 번 찾아오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승부의 추가 기우는 상황은 지겨울 만큼 익숙하다. 한국 축구의 중요한 숙제인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 해소, 일단은 손흥민 선수가 그 물꼬를 확실히 트는 듯하다.


우리 증시의 골결정력 부족은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분명한 점은 해답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주가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타깝게도 외국인투자자들이다. 우리의 안방을 외국인들에게 내어주는 형국이다. 코스피 3000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득점을 외국인들이 이룰 때까지 끌려 다닌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시장의 중요선수가 아니라 후보선수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시장은 동학개미의 저력을 분명히 목격했다. 그렇지만 동학개미의 힘만으로 코스피 3000을 달성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손흥민 선수가 이번 시즌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동료인 해리 케인 선수의 도움이 많은 역할을 했음을 이해하자. 외국인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들과 동학개미가 함께 내부의 힘을 이끌어내야만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면서 코스피 3000이라는 득점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득점은 얻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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