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하얏트, 메리어트, 힐튼 등 기존 호텔업계 대표주자들의 시총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여행업 회복과 스타트업 기업공개(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 상장 첫날 112.8% 상승한 144.71달러에 마감했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예상치를 웃돈 68달러였는데, 정식 거래에서도 폭등세가 이어진 것이다.
◆상장 첫날 2배 급등= 이날 종가 기준으로 한 에어비앤비 시가총액은 1007억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적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힐튼, 하야트를 모두 합한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와 기존 호텔 예약 전문기업인 부킹닷컴의 시가총액도 훌쩍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에어비앤비가 동시대의 '유니콘' 기업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창업한 에어비앤비의 상장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에어비앤비는 2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가까운 1900명을 정리해고했다. 운영 자금이 부족해 20억달러의 자금을 10%나 되는 이율로 조달해야 했다. 상장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여름 휴가철을 계기로 반전 계기가 마련됐다.
과거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이 해외 여행이나 미국에서도 장거리 여행객이었던 반면 가까운 지역으로의 여행객에 영업을 집중한 것이 효력을 발휘했다. 거주 지역에서 300마일(483㎞) 이내의 여행수요가 증가하며 예약건수가 급격히 회복됐다.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91%나 추락했던 예약률은 3분기에는 28% 감소로 호전됐다. 3분기 매출은 13억달러를 넘어섰고 2억1900만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1~3분기 누적 순손실이 6억9687만달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위기는 수년간 무차별적인 폭풍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위기 속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IPO 열풍= 코로나19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기업공개 투자 열기도 한몫했다. 당초 에어비앤비는 공모가를 주당 44~50달러로 예고했지만 이후 56~60달러로 높였고 결국 68달러에 신주를 발행했다.
WSJ는 에어비앤비와 하루 전 상장한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 인공지능(AI) 업체 C3.ai의 주가 급등이 연말 IPO시장에 흥분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상장 첫날 도어대시는 86%, C3.ai는 120% 상승한 바 있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은 올해 미국 증시에서 IPO에 몰린 자금을 155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닷컴버블기인 1999년 한해 전체의 IPO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IPO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 급등속에 개인들이 대거 투자에 나서며 가장 큰 수혜를 본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지나친 IPO 투자 열기에 대한 경계심도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 주가 폭등을 경계했다. 윌밍턴자산운용의 토니 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나도 에어비앤비의 열렬한 팬이고 오늘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해 매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재무 분석업체 래피드 레이팅의 제임스 갤러트 최고경영자를 인용해 "지나친 가치평가는 전례 없는 유동성에 의한 시장의 활황을 보여준다"면서 "지금의 호황이 급격히 반전되면 IPO 투자자들은 몇 달 안에라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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