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골판지를 제작하는 제지업체들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수요가 늘면서 택배상자 원료인 골판지 제조 단가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를 제조하는 아세아제지는 이날 오전 9시43분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전장 대비 8.0% 오른 4만5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이 기간 20% 가까이 올랐다. 시가총액은 36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주가(3만750원)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30%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영포장(1070원→1420원, 32.7%), 신대양제지(5만1000원→5만9400원, 16.5%), 한국수출포장(1만8450원→2만1600원, 17.0%), 삼보판지(8340원→9400원, 12.7%) 등 다른 제지 관련주들도 최근 한 달간 2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며 택배 상자의 원료가 되는 골판지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택배물량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제지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5일 "골판지 원지 공급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7월 환경부의 '폐지 수입 신고제' 시행 이후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폐지의 수입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달 국내 골판지원지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안산의 한 제지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재료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제지는 용도에 따라 신문, 인쇄, 위생, 산업용지(포장지) 등으로 나뉘는데 업계에서는 골판지, 백판지 등 산업용지가 가장 큰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골판지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향후에도 택배 물량 증가 등 제지 관련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온라인 주문 확대로 택배 상자 원재료인 골판지 수요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계기로 일부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온라인 주문에 익숙해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매출 증가분 중 일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택배 물동량 증가로 인해 택배 원재료인 원지와 골판지 제조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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