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매·노화가 '잠 못 드는 밤' 부른다

수학 모델로 생체시계의 비밀 밝혀
비만, 치매, 노화가 불면의 원인
수면 질환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 기대

서머타임 시행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활동시간 증가로 직장인의 업무능력 저하 및 건강이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켜왔다. 사진 = 게티이미지

서머타임 시행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활동시간 증가로 직장인의 업무능력 저하 및 건강이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켜왔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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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리가 매일 수면을 취하게 되는 등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생체리듬을 갖게 되는 주요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기존에는 PER 단백질이 세포핵에서 유전자 전사를 억제해 생체시계를 가동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PER 단백질이 같은 시간에 세포핵으로 침투하게 되는 원리까지 파악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비만·치매·노화가 세포질 혼잡을 일으키고 이는 수면 사이클에 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수학적 모델로 24시간 주기의 비밀을 풀다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 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된 시간에 따른 세포 내 PER 분자의 움직임과 양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 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된 시간에 따른 세포 내 PER 분자의 움직임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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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한국과학기술원 수리과학과 교수는 세포 내 분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을 개발해 생체시계의 난제를 풀었다고 9일 밝혔다.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는 12시간 동안 세포질에서 축적된 PER 단백질이 스스로 세포핵으로 들어가 유전자의 전사를 방해하면서 다음 12시간 동안 PER의 양이 감소되는 방식으로 조절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시간에 만들어진 PER 단백질이 같은 시간 세포핵으로 침투하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모형을 통해 PER 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충분히 응축돼야만 동시에 인산화돼 핵 안으로 함께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인산화 동기화 스위치 덕분에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일정한 시간에 함께 핵 안으로 들어가 안정적인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만. 치매. 노화가 수면 사이클 불안정의 핵심
김재경 교수(왼쪽부터), 김대욱 박사과정

김재경 교수(왼쪽부터), 김대욱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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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이 유발되는 원인도 파악했다. PER 단백질의 핵 주변 응축을 방해하는 지방 액포와 같은 물질들이 세포 내에 과도하게 많아져 세포질이 혼잡해지면 인산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게 되고 수면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주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으로 발견한 사실들을 검증했다. 이어 비만, 치매, 노화가 세포질 혼잡을 일으켜 수면 사이클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김재경 교수는 "비만과 치매, 그리고 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밝힌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세포질 혼잡 해소가 수면 질환 치료의 핵심"이라며 "이번 연구는 수면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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