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국내 포털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판 넷플릭스' 격전이 뜨거워졌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업계 강자와 손을 잡는 '협력'을 택한 반면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직접 사업에 뛰는 '정공법'을 택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CJ와 손잡고 글로벌 파급력을 가진 K콘텐츠를 제작해 넷플릭스에 대항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6000억 규모의 지분 교환에 합의했다. 네이버는 CJ ENMㆍ스튜디오드래곤과는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과는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한다.
이번 혈맹에서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는 부분은 '콘텐츠' 협력이다. 네이버와 CJ는 콘텐츠 제작과 창작자 육성을 위해 펀드를 공동 조성하는 방식으로 3년 동안 30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 네이버는 "지식재산권(IP)ㆍ플랫폼ㆍ제작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월간 이용자가 6700만명에 달하는 네이버웹툰과 웹소설이 영화ㆍ드라마ㆍ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CJ ENM은 tvN 등 방송채널을 갖고 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 한류드라마를 제작했다.
네이버와 OTT플랫폼 '티빙(TVING)'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티빙 지분 투자에도 네이버가 참여할 계획"이라며 "네이버와 티빙이 멤버십 결합 상품 등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네이버와 CJ ENM이 제작한 '오리지널콘텐츠'가 티빙에서 단독 유통되는 그림도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처럼 파트너와 제휴를 통해 시장에 발을 들인 반면 카카오는 독자 생존에 올인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국민메신저 카카오톡 내부에 '카카오TV'를 추가하고 이경규, 이효리 등이 출연하는 '오리지널콘텐츠'를 공개했다. 본격적인 OTT시장 진출 선언이었다.
앞서 카카오는 2018년 콘텐츠 부문 자회사 카카오M을 출범하고 공격적인 인재영입에 나섰다. 지난해 1월에는 김성수 CJ ENM 대표를 영입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 대표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할배' 등으로 CJ ENM을 키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후에는 스타PD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MBC '황금어장'의 오윤환 제작총괄을 비롯해 '진짜사나이' 김민종,'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ㆍ권해봄 등 스타PD들이 대거 카카오M에 합류했다.
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도 잇달아 인수했다. 카카오M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음악레이블 4곳과 BH엔터테인먼트 등 배우 매니지먼트사 7곳, 글앤그림미디어 등 드라마 제작사 3곳, 사나이픽처스 등 영화 제작사 2곳, 공연제작사 쇼노트 등을 인수했다.
카카오TV는 디지털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오리지널콘텐츠 제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M은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총 240개 이상의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협업을 통한 확장을 추구하는 반면 카카오는 독자노선에 방점을 찍었다"면서 "다만 두 기업이 영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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